출신을 따져 볼 때가 있습니다. 연기자 출신 가수나 약사 출신 소설가, 선생님 출신 요리사나 모델 출신 시인. 연기하듯 노래하는 가수와 조제실에서 소설 쓰는 약사, 선생님 말투로 레시피 가르치는 요리사와 무대 위에서 워킹하는 시인을 상상해 보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렇기만 할 줄 알았는데 저렇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일까요? 전혀 다른 두 모습을 한 사람에게서 보는 즐거움 때문일지도. 어쨌든 한 사람이 여러 모습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1인생 1직업’을 삶의 양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는 약사이기도 한 소설가나 선생님이기도 한 요리사, 혹은 모델이기도 한 시인을 떠올리기가 힘듭니다.
확인, 수정, 확인, 수정, 확인, 수정…….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모조 숲』의 어떤 시는 마감하기 바로 직전까지 단어가 계속 바뀌었습니다. 꼭 이렇게 애를 먹이는 시가 있다고 했습니다. 쓸 때 ‘쉽게’ 쓴 시는 뒤돌아보지 않는 편인데 쓸 때 ‘어렵게’ 쓴 시는 계속 만지고 다듬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뿐이었다면 편집자 시인이라는 소재로 책의 사생활을 쓸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먼저 표지 색깔. 시인마다 원하는 색깔을 정해서 민음의 시 표지를 만듭니다.
시인은 원고를 쓰고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게 보통인데 편집자이기도 한 시인은 책 만드는 일에도 정성을 다했습니다. 『모조 숲』 곳곳에
민음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