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바나나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사소한 상처, 쉽게 손대기 어려운 해묵은 상처, 섣불리 위로할 수 없는 무거운 상처, 그리고 자신은 사소한 줄 알지만 사실은 깊은 상처와 깊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극복해 낼 수 있는 상처…….

요시모토 바나나가 “지금까지의 제 작품 중 가장 좋아합니다.”라고 밝힌 소설집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아픔과 상처를 향해 ‘곧 사라질 거야.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나을 거야.’라는 따스한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 다섯 편의 단편이 담긴 책이다.

2003, 이 작품을 집필하던 당시 요시모토 바나나는 임신 중이었다고 한다. 그전까지 가족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과 치유의 언어를 전하던 그녀였지만 실제로 자신이 가족을 이루고 곧 만나게 될 아기를 기다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쓰지 않으면 이런 슬픈 이야기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서 만삭의 몸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 바로 이 책이다.

점점 불러 오는 배 때문에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는데도, 운명처럼 떠올려 낳아 버린 작품. 작품을 발표한 뒤 9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그녀에게 이 작품은 특별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좋아하기 시작한 마음을 눈치채기도 전 떠나 버린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사고를 당해 뜻대로 되지 않는 몸과 마음 때문에 떠올리게 된 유년의 아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소녀 시절의 추억에 어른이 되어서도 느끼는 회한, 이루어지리라 기대도 하지 않았던 사랑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오히려 찾아온 불안, 그리고…… 마지막 사랑이 될 줄 알았던 사랑의 마지막을 보게 된 날의 고통.

살아가며 마주친 그 모든 ‘막다른 골목’ 앞에서 다섯 편의 이야기 속 다섯 명의 여자들은 저마다 골목 끝에 펼쳐진 구원의 하늘을 발견한다. 지금 겪는 아픔을 당장은 극복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내일이 있다는 약속, 그것이 그녀들이 찾아낸 소박하지만 진정한 구원이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삶에서 막상 사건이 일어난 순간, 그것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 전 세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은 ‘흔한 이야기’가 ‘나만의 이야기’가 되는 그 섬세한 공감의 감성에 있다.

‘다시는 쓸 수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쓰겠다는 다짐으로 집필한 작품, ‘힐링 스토리’의 대가인 작가에게도 가장 특별한 이 소설집을 읽으며 오늘, ‘나만의 이야기’에 해피엔딩을 장식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민음사 편집부양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