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지만 『ㄹ』을 편집하면서 처음으로 ‘자음’의 뜻을 찾아봤다. 기역니은디귿리을이 자음이라는 건 구분할 수 있었지만 그래서 자음이 뭔지는, 솔직히 몰랐다. 자음이 뭔지 모른다는 사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았다. “목, , 혀 따위의 발음기관에 의해 구강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식의 장애를 받으며 나는 소리”라고 했다. 장애에 밑줄. 그렇다면 모음은 쉽게 쉽게 나오는 소리겠군. “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 다시 장애에 밑줄. 형태소조차 되지 못하기는 자음이나 모음이나 마찬가지인데 모음이 아니라 자음이 제목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음은 ‘장애어’다. 장애가 있는 언어였던 것이다.

 

원칙적으로 의미 없(어 보이)는 소리라 해도 그 의미 없음조차 방해받는 것이 언어다. 그런 말들에 박혀 있는 모든 장애물, 방해물을 제거해 순도 100%의 결정체를 찾아내는 것. 우리는 그것을 시 쓴다고 하고 그 작업을 해 내는 사람들을 시인이라 한다. 그중에서도 성기완. 의미 대신 소리를 취해 한 올의 옷도 입지 않은 최초의 단어와 대면하고 그 순간 발생하는, 마치 사고처럼 일어나는 말의 의미를 목격하는 것. 성기완 식 소리 시다.

성기완 시인은 뜻 모를 시를 쓴다. 어쩌면 뜻 없는 시를 쓴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보다 쉬울 수도 없다. 머리로 생각하길 멈추고 입으로 소리 내면서 그때그때 마음이나 몸 주변에 들고나는 감정들을 눈치채기만 하면 된다. 가장 첫 번째 시부터 따라해 보자. 리을, 하고 제목을 먼저 읽은 다음 1 1행부터 가는 거다. 도르레 가리비 너러바위 라르고 괜스레 나란히 부리나케 사르고…… 우리가 울림소리라 부르는 리을이 들어간 단어들이 95번 발음될 것이다. 95번 리을을 소리 내는 동안 자꾸자꾸 옆에 있는 단어들을 붙여 의미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의 관성이 작동할 것인데, 그러지 말고 소리에 몸을 맡겨 보시길. 그렇게 하면서 의미 없는 말들과 민낯으로 만나 보시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감상법이 될 것이다.

도르레 가리비 너러바위 라르고

괜스레 나란히 부리나케 사르고

너스레 가랑잎 대구지리 쓰리고

콘트랄토 리비도 아무르 아름다운

알레그로 이리도 쿠랑트 사라방드

살어리 어리랏다 리랏다

이러쳐 우렁남친 뎌러쳐

어강됴리 비취오시라

다롱디리 드리오리다

동동다리 뿌리오리다

시리잇고 욜세라

아랫꽃섬 녀러신

흘리오리다

꼭드렇진않

얄라리얄라

어름우희댓닙자리

구름나라로맨티카

더듸새오시라

졸라마시리라

러둥셩

링디리

두어렁셩 괴시란대 아즐가

도란도란 크레이지 날라리

노래불러 우러곰

사랑살이 잠깐새리

주물러라 다리좀

딩아돌아 더러둥셩

떼끼에로 알러뷰

래일이또 업스랴

민들레 도라지 바리바리 드리고

발그레 다랑어 부리부리 슈르고

물푸레 미란다 소리소리 지르고

말랑말랑 발랑발랑

찰랑찰랑 살랑살랑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렌토보다 더느리게

리드미컬 멜로디컬

이렁구러 아련했

년뫼랄 거로리

아련했

아리랑

사랑

사랑

리을

                                                    

             민음사 편집부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