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선생님은 서울대 부교수이면서 뛰어난 연구 업적으로 이미 종신교수가 되신 분으로, 늘 시간을 쪼개며 연구와 강연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신 교수님께 원고를 받아내기란 쉽지 않았다. 2010년 봄부터 찾아가 일반 대중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원고를 써 달라고 졸랐는데, 몇 번 고사하시다가 마음을 바꿔 책을 내신 이유는 학자로서의 의무감 때문이다. “중국의 부상에 갈팡질팡하는 한국을 보고 학자로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이처럼 2년 만에 탄생한 책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거의 모든 일간지가 앞 다퉈 서평을 썼고, 조 교수님은 방송 출연 요청뿐 아니라 교수로부터 공무원, CEO,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받으셨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하신다. “지금껏 급속히 부상하는 중국을 제대로 해석, 이해, 대응할 만한 책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다룬 책이다. 미국은 패권 유지가 목적이고, 중국의 관리가 수단이다. 일본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저널리스트들의 저술이 많아 순발력은 있지만 깊이와 체계가 부족하다. 학자들은 일반 독자들의 이빨도 안 들어가는 전문적인 학술서만 썼다. 제대로 된 연구는 많지만 학자들 사이에서만 유통됐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수요에 대답했다. 학문적 성과와 사회적 수요를 결합시킨 흔치 않은 시도다. 콘텐트와 니즈의 결합이 독자층에게 어필했다고 본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이 중국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의 관점이 아닌 강대국의 논리를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는 현실을 한탄하신다. 예를 들어 ‘중국 위협론’과 ‘중국 붕괴론’은 세계 패권국 미국과 아시아 강대국 일본의 시각이라는 것. “중견국인 한국에게 중국의 부상은 위협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중 외교 목표는 무엇인가? 첫째,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95퍼센트나 된다. 중국 무역을 통해 한국은 국민소득을 4만 달러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미 미국, 유럽 시장은 무너졌다. 중국은 옆에 있는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한반도 평화 유지다. 한국에 최대 위기는 북한 문제인 데 반해 미국과 일본에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린다. 슬기로운 대북 외교를 위해서는 미국만큼 중국도 중요하다. 셋째,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 역학 관계의 변화가 우리의 국익 증대에 불리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중국의 부상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조 교수님은 특히 차기 정부에게 “아무 생각 없이 미국의 대중 정책을 받아들이지 마라.”라고 조언한다. “중국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미국만큼 중요한 나라가 됐다. 초당파적 정책을 펴야 한다. 이미 한국의 미국 정책이 그렇다. 어떤 정치권력이 집권해도 미국 정책의 80-90퍼센트는 바뀌지 않는다. 중국 정책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저자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가장 빨리 추진할 수 있는 사안으로 한중FTA가 있고, 둘째는 상호 불신 해결이다. 양국간 국민감정은 비호감도가 증가하고 호감도는 하향곡선이다. 상호 불신 증가는 대중 정책에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위험 신호다. 셋째, 장기적인 안보 문제로 북중동맹과 한미동맹을 어떻게 공존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