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코어』 바이킹의 나라에서 갈색 피부를 가지고 태어난 소년, 작가가 되다

 

 

 

스웨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 백야, 바이킹, 노벨상, 『밀레니엄』 시리즈의 리스베트?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스웨덴 신예 작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의 『몬테코어』를 처음 접했을 때 편집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런 ‘하얀색’의 이미지들은 작품을 읽어 내려가며 하나둘 깨지기 시작했다. 이 소설,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장 큰 이유는 작가 케미리의 정체성에 있을 것이다. 그는 아랍계 이주자인 아버지와 스웨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이다. 갈색 피부의 스웨덴 토박이가 쓴 소설 『몬테코어』는 기존 스웨덴 문학 작품에서 보지 못한 스웨덴 사회의 단면, 즉 유색인 이주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형식도 매우 독특하다. 다양한 종류의 글과 여러 화자가 섞여 있는 복합적인 구성에, 등장인물이 각주에서 튀어나와 다른 인물의 글에 촌평을 다는가 하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회상함에도 2인칭 ‘너’에 현재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등 난해한 형식으로 편집자에게 대혼란을 안겨 준다.(참고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에 세 가지 명조체를 사용했다.)

『몬테코어』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와 형식을 특유의 재치있고 스피디한 전개와 (아랍의 핏줄에서 유래했다고 짐작해 보는) 수다스러운 이야기,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로 극복한다. 작품 곳곳에서 만나는 이주자의 현실은 시쳇말로 ‘웃프다’.

시내에 간다. 아빠가 드로트닝가탄에 있는 게으름뱅이들의 사진을 찍고 올렌스 백화점의 시계를 비추는 햇살을 칭송하고 있는 동안, 너는 재활용 병들을 수집하고 자전거 보관대에서 참을성 있게 앉아서 기다린다. 단 한 번 술에 취한 아저씨들 몇 명이 소리친 적이 있다. “빌어먹을 터키 새끼들!” 그때 아빠는 청각장애인 행세를 하며 삼각대를 꾸린 다음 센트랄 역을 향해 가는 방법을 너에게 보여 준다.(175)

케미리는 주류 사회와 이민자 사회의 갈등을 날카롭게 포착한 이 작품으로 유럽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에게 수여하는 P O 엔퀴스트 상을 수상했고 스웨덴 최고의 문학상인 아우구스트 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희곡 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올가을에는 드라마에도 진출한다는 이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