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브 연락 없다』 정체불명 외계인의 깨알 같은 지구인 디스(diss)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한두 해 앞둔 에스파냐에 두 명의 외계인이 찾아옵니다. 둘 중 구르브라는 외계인이 유명 여가수로 변신해 정탐을 떠난 후 연락이 두절되자 ‘나’는 구르브를 찾아 바르셀로나 일대를 돌아다니며 좌충우돌 지구 생활을 시작합니다.

외계인의 지구 탐구생활격인 이 소설의 묘미는 무엇보다 외계인을 가장한 멘도사의 거침없는 세태 풍자입니다. 순도 100퍼센트 이방인인 ‘나’의 눈에 비친 인간사는 그야말로 요지경 속입니다. 올림픽 준비 때문에 도로는 온통 공사 중이고 사람들은 바보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쉴 틈 없는 풍자는 시종일관 유머를 품고 있어 유쾌하게 웃으며 공감하게 됩니다.

 

나는 저만치 떨어져 있는 분수대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씻는다. 덕분에 분수대의 물을 분석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주요 성분은 수소와 산소, 나머지 대부분은 똥이다.

이 도시에서는 안락한 가정들이 두 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한다. 자식을 공부시키자고 미국으로 보낼 것인가. 주차는 어디에다 할 것인가.

더위가 시작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바르 안이 아니라 쓰레기통 사이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먹고 마신다. 하나같이 지독하게 떠들어 대고, 지독하게 뿜어 대고, 지독하게 더럽힌 뒤에 집으로 돌아간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전에 반데요스 원자력 발전소에서 어떤 사고가 났던 모양이다. 원자력 발전소 대변인이, 우려와는 달리 돌연변이의 우월성이 확인되었다고, 환자 가족들이 날마다 놀라고 있다고 열을 올린다.

『구르브 연락 없다』는 이렇게 외계인의 탈을 쓰고서 지구인들을 조롱하는 멘도사의 이면에 바르셀로나의 각종 명소, 역사, 유명인들에 대해 ‘이보다 더 친절할 수 없’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바르셀로나 바보’ 멘도사가 있다는 게 시쳇말로 함정(?)인 사랑스러운 소설입니다. 끊임없이 지구인의 미개함을 지적하며 투덜거리던 외계인의 마지막 행보는 과연……?

 

 

민음사 편집부 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