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답답한 사무실, 푹푹 찌는 열기,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길,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그런 나날들. 마지막으로 여행이란 걸 가 본 게 언제였는지.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낯선 경험과 풍경 들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시간도 돈도 여유도 배짱도 부족하다. 기껏해야 소심하게 가벼운 산책으로 마음을 달랜다.

  『아담과 에블린』은 사랑 이야기, 통일 이야기, 동독 이야기, 다 떠나서 한 편의 여행기다. 동독에 사는 두 연인, 아담과 에블린은 여행을 떠난다. ‘공식적인’ 목적지는 헝가리의 벌러톤 호수. 유럽에서 제일 큰 호수로서 유명한 휴양지라고 한다. 휴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아담은 여유가 넘친다. 말 그대로 휴가를 즐길 준비가 돼 있다. 아니, 실은 자신의 바람기에 지쳐 휑하니 떠나 버린 연인을 붙잡아야 하는데. 그렇지만 천성이 워낙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아담인지라 만사태평하다. 이에 반해 에블린은 절박하다. 사실 그녀에게 휴가 여행이란 핑계에 불과하다. 그녀는 헝가리 국경을 넘어 서독으로 탈출하려 한다. 아담에게는 여행 후 돌아갈 집이 있지만 에블린은 집을 영영 떠날 생각으로 길을 나선 것이다.

  여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계획에서 어긋나기, 우연, 뜻밖의 사건 사고다. 휴가 온 아담은 어쩌다 보니 자동차 트렁크에 낯선 여자(카탸)를 실어 밀입국을 도와주고 난민촌을 드나든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네 주유소 직원에게서는 스파이 냄새가 난다. 에블린은 동행한 친구의 서독 사촌(미하엘)에게 푹 빠지고 에블린의 친구는 이 꼴을 못 참고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에블린은 미하엘과 멋진 데이트를 즐기지만 그사이 차 안에 있던 소지품을 몽땅 도둑맞아 무일푼 상태가 된다. 끈질기게 자기 뒤를 쫓는 아담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결국 우아하게 휴가를 즐기고 동독으로 돌아가려던 아담과 서독이라는 목표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던 에블린, 두 사람 모두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익숙한 삶에 머무를 것인가, 새로운 삶을 찾아 계속해서 떠날 것인가. 이렇듯 여행의 본래 목적은 흔들리고 옆길로 새고 완전히 뒤집히기도 한다. 물론 두 주인공에게는 고생이고 인생이 달린 긴박한 상황들이지만, 이게 바로 재미 아닐까. 일상과는 다른, 여행의 재미.

  여행이 끝나고 시작되는 두 주인공의 일상. 책장을 덮고 나니 현실의 일상 또한 다시 시작된다. 그리고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으로 가득하다. “여행 가야지!”

민음사 편집부 신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