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피는 못 속여!

 

 

황순원―황동규, 마해송―마종기, 박목월―박동규, 한승원―한강……. 이들의 공통점은? 문인이다? 성이 같다? 둘 다 맞다. 성이 같은 문인, 바로 대를 이어 글을 쓰는 작가들이라는 점.

2007년 첫 시집 『한밤의 퀼트』로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시 세계를 보여 주며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 온 김경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라는 독특한 이름이 달린 시집이다. ‘모든 이름을 사랑한다’라는 수줍은 고백 같기도, ‘모든 이름을 사랑하자’라는 부드러운 청유 같기도, ‘모든 이름을 사랑하니?’라는 호기심 어린 물음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모든 이름을 사랑해, 라고 외치는 그녀답게, 그녀가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 할머니의 이름에서 ‘경’ 자를, 할아버지의 이름에서 ‘인’ 자를 따와 스스로 필명을 지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의 이름은 김( )인일 터. 누구일까? 바로 ‘감자’, ‘배따라기’를 쓴 소설가 김동인이다.

2001년 등단하기 전까지 가족들조차도 그녀가 시를 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할아버지라는 거대한 벽을 바라보며 함부로 내뱉을 수 없었다고. 그녀는 중학교 시절 교과서에 실린 할아버지의 작품을 보며 ‘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자부심’과 ‘나는 뭔가’라는 부끄러움이 마음속에서 충돌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충돌하는 두 사람 모두 결국 그녀 자신이며, 이렇듯 나는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라는 자각에서 자신의 시가 태어났다고 고백한다. 그녀의 시는 말로 규정할 수 없는 존재의 본질, 소통 불가능한 관계의 절망을 드러내지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사랑하자고 말한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던 ‘김동인의 손녀’라는 꼬리표 역시 그녀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김춘수 시인은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지금 거울을 바라보며 이렇게 고백해 보자. 너의 이름을 사랑해, 라고.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