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저지른 ‘아주 사소한 죄’로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에게 비극을 초래해 본 적이 있는지.

술자리에서 재미있자고 한 폭로 때문에 당신의 절친 두 명이 절교를 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 알고도 넘긴 서류 미스로 팀원 전체가 당신에게 원망 어린 시선을 보내며 야근을 하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미국의 현대적 비극을 조명해 온 불세출의 극작가 아서 밀러.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두가 나의 아들』은 비행기 기체에 들어가는 실린더 헤드 부품에 들어간 작은 균열, 그 실처럼 가는 균열 하나와 ‘아주 사소한 죄’가 만나서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을 보여 준다.
여기 전후 미국의 꿈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일가가 있다. 가전제품 부품 회사를 운영하며 정원 딸린 교외의 저택을 마련한 아버지, 요리 솜씨가 좋은 데다 심성 착한 어머니, 전쟁 참전 용사로 부모님을 사랑하며 아버지 사업을 이으려는 착한 아들. 하지만 그들 가족에게는 한 가지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전쟁 중에 아버지가 저지른 ‘아주 사소한 죄’가 바로 그것이다. 전쟁 중 군납 물자를 생산하던 아버지의 공장에서 부품 결함이 발견되고, 그날 아버지는 평생 처음 폐렴이라 둘러대고 회사를 빠진 뒤, 증거가 남지 않도록 전화로 자신의 소심한 동업자에게 그냥 납땜이나 해서 군대에 납품할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투기 고장으로 스물한 명의 젊은 파일럿들이 목숨을 잃게 되고, 아버지는 재판에 회부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사히 빠져나온다.

이 작품은 바로 우리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작은 부도덕이 얼마나 큰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일가의 아버지 대신 감옥에 들어간 동업자의 딸이자 전쟁 중 전투기를 몰고 나가 사고를 당한 둘째 아들의 약혼녀였던 여자가 큰 아들과 사랑에 빠져 일가를 방문하고, 그런 그녀의 오빠가 갑자기 찾아와 그날 있었던 -증거가 남지 않은- 죄를 고발한다. 둘째 아들의 죽음에는 뭔가 수상한 점이 있었고, 아버지의 죄를 알고 있었던 어머니는 시종일관 히스테리를 일으키며, 사랑의 좌절과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성실한 큰 아들은 고뇌에 빠지고, 그리고 모든 비밀이 밝혀진 뒤 가족의 삶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버지의 죄는 결국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에게 부유한 삶을 누리게 하고 싶은 평범한 가장의 열망에서 비롯된 작은 죄였다. 그러나 그 죄는 그 과정에서 희생될 수도 있었던 생명들에 대해서 그들 모두가 ‘나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면 결코 저지를 수 없었던 일이기도 했다. 스물한 명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결국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었을 것이고, 그들의 죽음에 눈물 흘린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며, 영원한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질문해 보자. ‘아주 사소한 죄’가 더 이상 누군가에게 비극을 초래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 세계에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아는 것. 그것을 기억한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비극의 상당수가 시작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이 짧은 희곡에서 아서 밀러가 전해 주는 단순하지만 마음에 깊이 남는 메시지이다.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