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문학자』 탐험가 공원국의 사랑

 

 

타클라마칸 종주 중 들른 첫 번째 휴게소에서.

물이 없어 컵라면은 포기하고 대신 ‘남색격정’ 맥주를 마시고 있다.

“첫 중국 여행은 1999년 상해에서 시작해서 백두산으로 간 여행이었습니다. 본격적인 여행은 그 이듬해에 중국 사천(四川)으로 간 것이었어요. 친구 한 명하고 모택동의 대장정 길을 따라가다 설산을 만났죠. 끔찍한 고산증을 겪었지만 새로운 삶들을 보았어요. 내 삶만이 전부가 아닌 것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 계속 길 위에 있더군요. 세상에는 온갖 삶들이 있으니까요.

공원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곳을 찾아가서 살펴보고 조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탐험가다.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같은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한 그는 책으로만 얻는 지식에 한계를 느끼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 책은 그 기나긴 여행 중에서 신강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를 아우르는 중국 서부를 여행한 기록으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있는 위구르, 준가르, 티베트의 삶과 역사를 추적하는 여정이 담겨 있다. “약자의 말을 들으면서 사랑의 의미를 느낍니다. 책으로 읽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지요.

 

한때 초원을 지배하다 무너진 위구르는 땅에서 쫓겨나 척박한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삶을 이어 갔고, 몽골의 한 부족으로 엄청난 위세를 떨쳤던 준가르는 한순간에 몰락하여 청나라에 의해 몰살당했다. 그리고 티베트의 아픔은 현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따라,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2 3일 동안 자전거로 종단하고, 평균 해발 고도 450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ㆍ최고의 티베트 고원을 수차례 넘었다.

“그곳에서 본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삶’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만 잊고 있었던 삶’이었죠. 그곳은 거친 삶의 본질이 있는 곳인지도 몰라요. 중국의 다른 지역, 혹은 유럽 등을 여행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곳에 술친구들이 제일 많죠.

 

                                                             

                                

                          천산을 넘어 이리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공나스 계곡의 카자흐족 아이들.

                                              아이들 집에서 저녁을 얻어먹은 답례로 주머니칼을 주었다.

        

“라싸 강가에서 집 없는 가족을 만났어요. 어머니가 젖을 물리더군요. 많이 먹지 못했으니 젖이 잘 나올 리 없었지요. 그때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 소리에 놀랐습니다. 여느 잘 먹은 아이도 그렇게 큰 소리로 울지는 못할 거 같아요. 어머니와 우리 모두 울며 웃었습니다. 그놈은 제 숟가락을 타고난 놈이지요. 대신 숟가락이 없는 아이들을 볼 때는 괴롭습니다. 그때는 이방인의 무력감을 절감하지요.

저자는 올해 2012 5월부터 장장 8개월 동안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는 여행길에 또 다시 나선다. 시베리아를 거쳐 히말라야를 건너, 이란ㆍ인도ㆍ중국을 지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대여정이다. 이번에는 시베리아를 자전거로 건널 예정이다. 그의 앞에 또 어떤 삶들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민음사 편집부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