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멈춤』부조리한 잔혹극으로부터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다

 

작가 안보윤은 말했다. “나는 ‘가족’만큼 친밀하고 애틋하며 다채로운 단어를 알지 못한다.”라고. 그런데 왜 『우선멈춤』에서 그녀가 그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조건부 임시 고용인”일 뿐이며, 호적이란 “임시 고용계약서”에 불과한 것일까. 한없이 가녀리고 수줍은 성격의, 도대체 이 아름다운 소설가의 어디에서, 이렇듯 파괴적이고 부조리한 잔혹 서사가 탄생하는 것일까.

 

 

증거물로 작가 안보윤의 실제 모습을 제시한다.(사진_ 박민주)

 

『우선멈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성추행 상습범인 가장, 불륜과 가출을 일삼는 엄마, 원조 교제로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딸, 학교 폭력으로 등교를 거부하는 왕따 아들. 여기에 한술 더 떠 습관적으로 영아를 살해 혹은 유기하는 상담 교사, 불법 낙태 시술사와 그녀의 망나니 아들. 질긴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저마다 얽히고설킨 일곱 명의 인물들은, 퍼즐을 맞추는 듯한 치밀한 플롯을 통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족의 몰락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깊어 가는 봄날의 어느 늦은 밤, 작가와의 긴 통화를 마치고 얻어 낸 결론은 이렇다. 아름다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그녀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아름다운 것을 발기발기 찢어 해체한 후 독자들로 하여금 아름다웠던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실체를 복원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안보윤의 방법이며 소설적 진실이리라. 또한 너무나 불쾌해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이곳이 곧 현실이지만, 진실은 여기에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잠깐만’이었다. 잠깐만 멈춰 서면, 잠깐만 눈을 돌리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고, 또 변할 거라고.”

―안보윤, 「작가의 말」중에서

 

민음사 편집부 강미영

안보윤
출간일 2012년 3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