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 뉴턴, 스피노자, 빌헬름 텔, 백설공주, 스티브 잡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과’다. 무릇 이 세계는 사과 한 알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사과는 인류 역사상 중요한 상징이다.
여기 세상을 놀라게 한 또 하나의 사과가 있으니, 소설가 김사과다. 이제 겨우 스물여덟의 젊은 작가지만, 어느새 등단 7년 만에 소설책을 무려 다섯 권이나 냈다. 2005년 불과 스물한 살의 나이에, 부모의 폭력 속에 자라는 아이의 내면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 「영이」를 발표하면서, 문단은 가히 ‘김사과 앓이’를 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녀는 상큼한 이름만큼이나 상큼한 외모와는 영 딴판인 별명을 지녔으니, ‘무서운 아이’, ‘문단의 문제아’, ‘문단의 테러리스트’, ‘앙팡 스키조’…… 별명만 들어도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책 앞날개에 실린 그녀의 얼굴과 이름만 봐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책장을 넘겨 보자. 문화평론가 서동진의 말처럼 “김사과의 그로테스크는, 시쳇말로, 쩐다.”
김사과 소설의 구성 성분은 네 가지다. 분노, 폭력, 공포, 광기. 동정 없는 경멸과 선혈이 낭자한 폭력 묘사, 온갖 분노와 살인이 벌어지는 세계는 마치 미쳐 날뛰는 일탈과 폭력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과연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까. 소외된 젊은 세대들의 절망과 고통, 사회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시스템 안에서 짓눌린 자의식이 내지르는 비명이 바로 이 소설 속 폭력과 분노의 근원인 것이다.

 

 

‘테러의 시’. ‘테러’의 ‘시’라니. ‘테러’와 ‘시’라니. “‘테러’라는 발음이 참 예쁜지 않은가. 말의 속뜻과 뉘앙스가 충돌하는 게 재미있어서 붙인 제목이다.”라는 작가의 상큼한 답변이 돌아온다. 2010년 《세계의 문학》 겨울호에 이 작품을 발표할 때는 다른 제목이었다. 힌트는 바로 표지에 있다. 누워 있는 여자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반짝이는 그것. 무너지고, 부서지고, 흩어져 내리는 그것. 바로 ‘모래’다. 그렇다. 원래의 제목은 ‘모래의 시’였다.
이렇게 새로운 이름을 갖고 태어난 『테러의 시』는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모래성 같은 도시 서울의 모습을 그려 냈다. 조선족 매춘부 ‘제니’와 영국인 불법체류자 ‘리’가 이방인의 눈으로 들여다본 서울의 모습은 마치 ‘폭력의 만화경’처럼 다가온다. 작가가 독일 베를린에 머물면서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 쓴 소설이다.
이 소설은 모래처럼, 당신의 눈 속에서, 입속에서,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서걱거리며 생채기를 낸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진 그곳에 곧 새살을 돋게 한다. 그렇게 조금은 색다른 방식으로, 조금은 특별하게, 우리는 치유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김사과
출간일 2012년 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