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전집」쿤데라와 마그리트, 두 거장의 매우 특별한 만남

 

쿤데라 전집은 그 기획에서 첫 5종의 작품이 출간되기까지 무려 2년이 넘도록 시간과 공을 들인 프로젝트였다. 현존하는 최고의 소설가 중 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쿤데라이지만, 그의 작품이 ‘전집’으로 출간되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쿤데라와 직접 상의하여 전집 구성을 확정하였고, 이미 국내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라 하더라도 모두 정식 계약을 거쳤으며, 익히 알려졌다시피 유일하게 정본으로 인정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 판의 원저로 새로이 번역을 의뢰하였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고민되었던 것은 바로 표지 디자인이었다. 고전으로 길이 남을 작품이지만 현대적이고 세련된 쿤데라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서 명화의 사용은 처음부터 배제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일러스트나 사진으로 디자인을 하기엔 ‘전집’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무게감을 주기가 어려웠다.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디자인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는 고민과 혼란의 순간들이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마그리트의 「중산모자를 쓴 남자」(The man in a bowler hat)라는 작품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이미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알겠지만, 그 작품 속에는 중산모자가 주요 모티프로 등장한다. 사비나가 알몸인 채 중산모자만 쓰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에로틱한 장면에서 말이다. “아! 바로 마그리트다!”

그렇게 해서 쿤데라 전집의 모든 작품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1898~1967)의 작품이 쓰이게 되었다. 사실 마그리트 재단은 도서 등에 대한 마그리트 작품의 2차 가공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편집부에서는 마그리트 재단에 쿤데라 전집을 위한 사용을 원한다는 긴 편지를 직접 써 보냈고, 특별 허가를 받았다. 또한 쿤데라 역시 마그리트 작품이 사용된 자신의 전집 표지 시안을 보고 “이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아름답다.(they are great, they have ever been. We saw everything and everything is more that wonderful.)”라고 격찬했다. 

마그리트 작품의 신비한 분위기,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색채, 고정관념을 깨는 소재와 구조, 발상의 전환, 그 속에 숨은 유머와 은유가 쿤데라의 작품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이제껏 한국 문학 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답고 품격 있는 문학 전집이 탄생되었다. 이로써 독자들은 쿤데라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힘을 얻어 새롭게 태어나는 마그리트의 작품까지 함께 소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