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채식주의 선언

 

9.11 사건을 아홉 살짜리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장편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크게 주목받은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첫 번째 논픽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채식과 육식 사이에서 갈등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하며 공장식 축산에 전면으로 반대하게 된 이유가 소설가의 예민한 감수성 아래 조목조목 드러난다. 채식과 육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적인 경험을 진솔하게 담아낸 비망록이자, 한편 이성을 가진 이라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논리적 귀결로서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엄청난 통계 자료를 담은 보고서이다.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채식주의자인 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이 책은 내가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주었다. 이 책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물질적 존재성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간성까지도 정의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절대로 육식 자체를 반대하며 채식주의만을 지지하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동물이란 무엇인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무엇인가’, ‘과연 육식만이 옳은가’ 등 동물과 육식을 둘러싼 온갖 복잡한 개념에 대해 고민하고 사유하며 모든 입장을 꼼꼼히 살피고 담아냈다. 채식과 육식 중 둘 중에 무엇을 택할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며, 반드시 그렇게 양자택일 할 문제가 아니라고 포어는 말한다. 먹거나 먹지 않는 행위 자체보다 동물과 관계를 맺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동물이 살아 있는 동안 좋은 삶을 지켜 주려고 애쓰는 채식주의자 목장주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포어 자신도 자료를 조사하고 이 책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채식주의자만을 지지하는 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공장식 축산업 종사자, 동물 권리 보호 운동가, 채식주의자 목장주, 채식주의자 도축업자 등 다양한 입장을 지닌 인물들을 만나면서 육식이 얼마나 복잡한 주제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광우병, 구제역, 조류 독감 등 우리의 먹을거리, 특히 육식 식단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빈번하지만, 놀랍게도 고기 소비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총 소비량은 2010년 43만 4000톤으로 1인당 소비량은 8.9킬로그램이다. 이는 4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해 30%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포어는 육식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는 강경하다. 단지 고기를 최대한 싸게 많이 팔고 많이 먹기 위해 고안된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은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환경 파괴에 그 무엇보다도 크게 악영향을 끼치며, 면역력을 파괴해 우리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아에 시달리는 14억 인구를 먹일 수 있는 곡물을 가축들 먹이로 쏟아 붓는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지는 별로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기를 입안에 넣기 전에 다음 사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동물을 먹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들
* 우리가 먹는 동물의 99% 이상이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다.
* 계란 생산용 닭은 이 책을 양쪽으로 펼쳤을 때 나오는 지면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고, 알을 낳지 못하는 산란계 수평아리 2억 5000여만 마리는 매해 산 채로 폐기된다.
* 트롤망 어업은 전체 어획물에서 2% 이하밖에 차지하지 않는 목표 어획물을 얻기 위해 100여 종의 다른 어종을 함께 죽인 후 바다에 버린다.
* 닭고기의 80% 이상이 캄필로박터균이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채 판매된다.
* 해마다 인간에게 쓰는 항생제는 1300톤이지만, 가축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는 1만 1000톤이며 이 때문에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병원균이 늘어 간다.
* 농장 동물들은 초당 40톤의 배설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도시 하수보다 160배나 더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 농장 동물들은 자동차 등을 비롯한 운송 수단보다 약 40퍼센트나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