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치에는 2003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첫 장편소설 『자주색 히비스커스』를 발표하자마자 ‘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는 영예를 안으며 아프리카 문학의 차세대 대표 작가로 떠올랐다. 이후로 이 칭호는 그녀를 꼭 따라다니고 있는데, 알고 보면 그녀가 치누아 아체베와 ‘엮이게 된’ 건 작가로 데뷔하기 훨씬 이전부터다.  

『숨통』에 실린 첫 번째 작품 「1번 감방」을 보면 화자는 교수인 아버지 때문에 은수카 캠퍼스의 사택에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러한 설정은 아디치에의 자전적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실제로 아디치에의 아버지는 나이지리아 대학교의 통계학 교수였고 어머니는 같은 학교의 사무직원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어린 시절을 은수카 캠퍼스에서 보냈다. 바로 이곳이 작가와 치누베 아체베와의 놀라운 인연이 시작된 곳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가 일곱 살 무렵에 살았던 집이 그 전에 치누아 아체베가 살았던 집이었던 것이다. 치누아 아체베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까지 나이지리아 대학교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아디치에는 “나의 문학적 여정은 그때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는데, 그런 그녀의 별명이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니 실로 놀라운 우연의 일치라 할 수 있다.

  치누아 아체베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등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속속들이 복원해 냈듯, 아디치에도 전작들에서 고국 나이지리아가 겪은 역사의 진실을 파헤쳐 전 세계에 알렸다. 그랬던 작가가 이번에는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인이 아닌 ‘타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다 동시대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집에 실린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미국으로 상징되어 있는 ‘낯선 세계’ 속에서 주변인들이 각가지 난관들을 헤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매우 현실적이고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세계화’라는 미명 하에 미국적인 것들에 잠식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민음사 편집부 임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