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클라투 행성 지구 주재 특파원의 이야기

 

공무원, 학원 경영, 현재 대학 교직원이자 소설가. 마지막 직업이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이 이력은 2008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 조현의 것이다. 문학도가 아닌 조현이 SF적 요소가 다분한 단편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으로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 문단은 이를 하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순수문학의 경계가 확장되리라는 

이후 3년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작품을 발표해 온 조현이 마침내 첫 소설집을 내었다.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라는, 길고 알쏭달쏭한 이름을 가진 소설집이다. 조현은 여기에 실릴 프로필을 다음과 같이 보내 왔다. “2008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클라투 행성 지구 주재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대학 교직원이자 소설가이자 외계인이다! 외계인이 대체 지구에까지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한단 말인가?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그의 자기소개를 뒷받침하는 증언과도 같다. ‘햄버거라는 이름이 들어간 가상의 시집이 패스트푸드 업계의 발전에 일조하기까지의 과정을 평행 우주론과 곁들여 담은 단편이 있는가 하면, 종이 냅킨이 먼 미래 휴머노이드 문명의 인간 연구에 미친 영향을 학술논문 형식을 패러디해 그려 내기도 하고, 고향 행성을 떠나 잠시 지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홈쇼핑 콜센터 직원에, 심지어 영혼을 다루는 범우주적 존재 소울마스터 이야기까지. 유머러스하면서도 독특한 우주적 상상력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선이 사뭇 날카롭다. 

하긴 이 대도시에서 ‘실직’이란 단어는 ‘루저’나 ‘꼴등’이란 낱말과 더불어 ‘부적응’이란 추상명사로 수렴되어 모든 비일상적인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렇다. 이곳 메갈로폴리스에서는 원인이 제각각인 모든 일탈 행위를 ‘또라이 짓’ 혹은 ‘꼴통 짓’이라는 낱말로 싸잡아 교통정리 하고 있었다.
―「돌고래 왈츠」에서

진담 같은 농담 속에서 끄집어 올린 농담 같은 진담에는 유쾌한 현실 비판 아래 깔린 날선 사회의식이, 순수함과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그의 진심이 배어 있다. 그 진심으로 말미암아 한국문학의 경계는 우주만큼이나 확장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