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홍대 거리라고 불리는 도쿄 시모키타자와. 귀여운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카페, 개성 넘치는 빈티지 숍, 젊음과 열정이 살아 있는 소극장이 좁은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이곳은, 시부야나 하라주쿠 같은 번화가와는 다른 자유롭고 문화적인 분위기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는 거리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장편소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바로 이 젊음과 예술의 거리시모키타자와를 무대로 한 이야기다. 시모키타자와는 실제로 작가의 집과 사무실이 있는 동네로,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거리와 그 거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대로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내며 그 안에서 사람과 거리가 함께 엮어 가는 따스한 지도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시모키타자와라는 동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빠가 엄마와 자신만을 남기고 가족이 알지 못하는 어떤 여자와 동반 자살 한 뒤, 주인공 요시에는 인생을 새롭게 살아갈 것을 결심하고 좋아하던 영화에 등장한 동네 시모키타자와의 세월이 느껴지는 작은 하숙방에서 지내며 아픔을 서서히 잊어 가기 시작한다. 요시에가 새로 삶을 시작하기 위해 시모키타자와를 고집한 이유는 단 하나, 그곳에 마음을 위로하는 보석 같은 장소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고 일상의 기쁨을 상실한 요시에는 시모키타자와 거리의 작고 정겨운 비스트로 레 리앙에서 일하며 역 앞 커피숍 몰디브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저녁이면 서서 마시는 와인 가게 에노테카에서 새로 사귄 남자 친구 신야와 밴드 이야기를 나누고 에스닉 음식점 차카테카에서 향기로운 차이 라테를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차 한잔, 주말 오후 붐비는 거리에서 느끼는 설렘, 그 모든 것이 요시에의 깊은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 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게들은 대개의 경우 실제 그 거리에 위치한 가게들로, 찾아가 볼 수 있다는 점이 또한 재미있다.

어쩐지 울적한 날, 거리를 거닐다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풀리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펼쳐 보시길. 책장 사이를 누비며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언제나 새로운 매일이 시작되는동네 시모키타자와를 산책하다 보면 문득 우울한 마음이 스르르 녹아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

 

*안녕 시모키타자와종이책 전자책 동시 출간으로 8월 말부터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 북으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