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독일 표현주의 문학의 거장 알프레트 되블린의 대표 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몽타주, 내적 독백 등 새로운 소설 기법으로 현대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는 전통적인 소설의 틀을 깬 되블린의 역작 외에 획기적인 작품(?)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작품 해설이다. 번역자의 소논문 형식에 가까웠던 기존 세계문학전집의 작품 해설들과 달리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작품 해설 자리에는 ‘알프레트 되블린과의 인터뷰’가 실렸다. 작품을 번역한 김재혁 교수가 번역자인 동시에 한 사람의 독자로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꼼꼼히 질문하면 되블린이 이를 받아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한다. 결코 녹록치 않은 소설인『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읽으며 독자들이 이해하기에 어렵거나 궁금해할 만한 가려운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재혁 그런 그를 그러면 왜 끝에 가서 살려 둔 거죠? 아니, 왜 구원해 주었죠?
되블린 하하하, 그게 바로 내 소설의 묘미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김 교수님이 한번 얘기해 보시죠.
김재혁 한마디로 눈이 먼 상태에서 헤매다가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닐까요?
되블린 결국은 인식의 문제지요. 눈을 뜨고 있으면 뭐합니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데. 자기의
          편견이 무엇인지, 자기의 진정한 잘못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겁니다.

한데 2011년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출간에 부치는, 50대 김재혁 교수와 1957년에 사망한 알프레트 되블린의 인터뷰라니, 어떻게 된 영문일까. 독자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진실을 전달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열정을 바친 작가 알프레트 되블린과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 담긴 의미를 한국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하려 오 년 이상 번역에 공을 들인 김재혁 교수의 진심이 만난 자리에서 일어난 마법이라고 해 두자.

민음사 편집부 우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