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공급망의 슈퍼파워이다. 중국은 가장 뛰어난 비용 대비 효율의 제조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엄청난 규모의 소비 시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이 일으킨 몇 차례의 세계적 파동을 겪으면서 어느새 ‘메이드 인 차이나’는 우리 머릿속에 믿을 수 없는 싸구려 물건으로 각인되어 버렸다. 2008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여러 갓난아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중금속으로 만들어진 장난감 때문에 아이들이 숨지는 사건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일들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이 모든 일의 배후에는 항상 비용 절감의 부담이 있다. 2008년의 멜라민 파동은 비용 절감에서 비롯된 문제를 모두 드러내었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원료비가 60퍼센트 늘어난 상황에도, 정부와 소수의 독과점 우유 회사들은 가격 상승을 계속해서 억제했다. 이는 낙농업자에게 엄청난 압박이 되었고 많은 낙농업자들이 제값을 받지 못해 도태되고 몰락했다. 그리하여 일부 업자들은 극단적으로 불순물을 넣은 분유를 만들어 냈는데, 중국의 관리들은 이미 멜라민 오염을 알고 있었음에도 베이징 올림픽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분유 파동의 책임은 분말 판매자 장위쥔과 낙농업자 겅진핑에게 전부 돌아갔고 그 둘은 사형에 처해졌지만, 정부 관리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다른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할인업자들의 단 한 가지 요구 ‘더 값싼 물건’을 만들어 내기 위해 중국의 노동자들은 착취당하고 있다. 그들은 12시간 교대에 주 7일 근무, 하루 두 차례 화장실 출입만이 허락된 최악의 노동 조건 속에서 낮은 임금으로 살아간다. 또한 노동자들이 물건을 훔쳐 갈까 봐 공장주가 출입문을 잠근 바람에 화재 속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죽어 가기도 했다.
이러한 위기는 끊임없이 값싼 물건을 추구하는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고질적인 것이다. 무리하게 만들어지는 값싼 물건들은 필연적으로 규제상의 허점과 뇌물, 부패 속에서 생겨나고, 더욱이 그것을 판매하는 할인업계가 제품 안전 조처에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우리가 값싼 물건을 원하면 원할수록 위험한 물건들은 더욱더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