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신부라……. 로즈는 생각한다. , 안 될 것도 없지. 신랑들도 어디 한번 혼 좀 나 보라지. 어두컴컴한 숲 속 대저택에 숨어서 순진한 사람들을 잡아먹고, 젊은이들을 꼬드겨 그 사악한 가마솥에 빠뜨리는 도둑 신부. 지니아 같은 종족. 20(2)

그림 형제의 동화 「도둑 신랑」에서 한 남자와 약혼을 한 아가씨는 그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그가 젊은 여자를 잡아먹는 살인자요 도둑 떼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할머니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탈출한 여자는 결혼식 날 신랑의 정체를 밝히고 도둑 떼를 모두 소탕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이야기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신랑과 신부의 자리를 바꿔 젊은 남자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여자 ‘도둑 신부’라는 존재를 착안해 내는데, 그것이 바로 『도둑 신부』의 팜 파탈 지니아다.

애트우드는 1983년에도 동화 「푸른 수염」에서 모티프를 얻은 『푸른 수염의 달걀』이라는 단편집을 낸 적이 있다. 익숙한 옛 동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현대적으로 이야기를 재창조해 내는 것은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작법 중 하나로, 여러 가지 성정치적 함의를 지닌 동화를 비틀어 새롭게 풀어낸 이야기는 성정치학과 이성애의 관계론을 뒤집어 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애트우드가 동화적 모티프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옛 동화나 민담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여전히 현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대표하거나 대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둑 신부』에 등장하는 세 여자 토니, 로즈, 캐리스 역시 동화 속 여주인공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하숙집을 혼자 운영한 어머니 밑에서 늘 온 집 안을 쓸고 닦으며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던 로즈는 ‘신데렐라’를, 높은 탑 같은 연구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역사 연구에만 집중하는 아웃사이더 토니는 ‘라푼젤’을, 늘 몽상에 잠겨 꿈꾸듯 살고 정원과 텃밭 가꾸기에만 열심인 캐리스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닮았다. 소설 도입부에 등장하는, 덤불 가득한 숲 속에 홀로 서 있는 지니아의 이미지는 「헨젤과 그레텔」의 길 잃은 ‘그레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처럼 동화적 모티프로 가득한 이 소설이 부분적으로는 실화 소설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듯 기묘하고 불가사의한 지니아의 캐릭터는 캐나다의 유명 언론인이거나 유명 소설가인 바버라 아미엘, 그웬돌린 맥이웬, 메리언 엥겔의 실화를 부분 인용하여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마거릿 애트우드는 동화와 현실을 오가며, 근원적이고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를 통해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여성들의 이야기,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여성들의 이야기, 여성들 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며 그들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를 그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풀어낸다.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

 

도둑 신부 2 [절판]
출간일 2011년 4월 25일
도둑 신부 1 [절판]
출간일 2011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