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케빈 켈리가 7년여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첨단 기술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와이어드》를 공동 창간했으며, 처음 7년 동안 편집장을 맡았던 사람이라면 으레 첨단 기술에 끈끈하게 밀착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케빈 켈리는 이런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는다.
그는 스마트폰도 쓰지 않으며 트위터도 하지 않는다. 《와이어드》의 전 편집장이 스마트폰조차 쓰지 않는다니? 흥미와 궁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케빈 켈리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몰며, PDA나 블루투스 기술도 전혀 쓰지 않는다. 그의 세 아이는 텔레비전 없이 자랐고, 지금도 그의 집은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을 보지 않는다. 그는 노트북도 없고 여행할 때 컴퓨터를 갖고 가지도 않으며 반드시 갖추어야 할 첨단 기기를 지인들 사이에서 가장 나중에 구입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청년 시절 10년 동안 싸구려 운동화와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아시아 오지를 여행했으며, 1960년대 말 작은 농가에 공동체를 꾸렸던 히피 운동에도 참여했던 케빈 켈리. 이처럼 기술보다는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했던 그가 이토록 열렬히 기술을 옹호하는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회를 지닌 세계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더 많은 사람을 낳는다. 기술은 가능성의 이 무한 증폭에 크게 기여한다. 이것이 바로 케빈 켈리가 기술 외면자에서 기술 옹호자로 180도 전환한 이유이다.
민음사 편집부 박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