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알렉상드르 뒤마라는 이름을 가진 작가가 둘 있다. 한 명은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검은 튤립을 쓴 알렉상드르 뒤마,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춘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이다. 후자는 뒤마 피스라고도 불리는데, 피스(fils)는 부자가 동명일 때 구별하기 위해 붙이는 칭호이다. 그렇다. 그 둘은 단순한 동명이인이 아닌, 바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것이다. 흔히 둘을 구분하기 위해 아버지를 대()뒤마, 아들을 소()뒤마라고 부른다.

()뒤마의 할머니는 지금의 아이티에 해당하는 생도맹그 출신의 흑인 노예로, 그는 흑백 혼혈이었다. 혼혈인이라는 정체성은 뒤마의 전 생애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뒤마는 그의 소설 조지에서 내 아버지는 물라토였고 내 조부는 깜둥이였소. 내 증조부는 원숭이였지. 알겠소, 선생? 우리 가족은 당신네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였소.”라고 말한다.

()뒤마는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큰돈을 벌어들였고, 호화스러운 생활과 여성 편력에 빠져 빚더미에 앉게 되어,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글을 써내면서 결국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기게 된 셈이다. 그러한 여성 편력의 결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아들 뒤마 피스이다.

뒤마 피스는 출생 후 아버지에게 부인당하다 일곱 살이 되어서야 아들로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사생아라는 딱지는 떨어지지 않았고,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무책임한 사랑놀이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사생아, 방탕한 아버지처럼 유독 사랑과 정의를 추구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이름뿐만 아니라, 태생의 비밀마저도 꼭 닮아 있는 두 뒤마. 비록 그들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지만, 바로 그 태생의 비밀 덕분에 우리는 그들의 위대한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