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우리 시대의 진정한 교양인 이윤기의 마지막 목소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1997년부터 1999년까지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바탕으로, 저자가 지면의 한계 때문에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충하고 사진 및 그림 자료를 추가해 넣은 것이다. 연재 글을 책으로 내기로 한 후 저자는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헬레니즘의 흔적을 찾아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터키, 이집트 등을 여행했는데, 그때마다 더 좋은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에 사로잡힌 저자가 또다시 살을 붙이고 가다듬는 작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출간이 미루어지고는 했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한 현지답사는, 저자가 읽는 책이 아닌 보는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시각적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도록 만든 것이다. 젊은 시절 오로지 글을 통해서만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접한 저자가 자신이 그 지역들을 직접 답사하면서 느꼈을 황홀한 개안의 체험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리라 짐작된다. 유고 곳곳에서 저자가 추가해 넣으려 했던 사진에 관한 메모들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부족하나마 시각적 보조 자료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낯선 세계에 대한 상상력의 폭을 넓혀 주고자 했던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2010827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중단되었던 작업은 유족들이 저자의 원고 파일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이어졌다. 이 책의 원고가 최근 작업 중인 파일 가운데 위치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서양의 역사학자나 신화학자도 아닌 한국의 문학도, 신화학도로서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이야기를 다시 쓰려 했던 그의 원대한 계획은 그렇게 십여 년 만에 실현되었다.

“20012월 초부터 약 두 주일 동안 터키와 그리스와 이집트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저자 이윤기의 나오는 말은 여기서 끝난다. 저자가 채 끝맺지 못한 나오는 말은 딸이자 번역가인 이다희 씨가 마무리했다. 갑작스럽게 떠난 저자가 미처 덧붙이지 못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더 있지는 않을까, 아직 들려주지 못한 인간의 지혜와 삶의 비밀이 남아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궁금하고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민음사 편집부 박향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