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모스 부호, 시단에 점을 찍다

 

 

지난주에 있었던 민음사 송년 모임은 문단의 축제 중 한 장면이었다. 황동규, 문정희, 이문열 등 문단의 거장들부터 장석주, 이승우, 박주택, 장석남, 김기택, 신현림, 이수명, 김수이, 박성원 등 중견 문인들, 서동욱, 김행숙, 박주영, 복도훈, 김태용, 강유정, 안보윤을 비롯해 이제 막 등단한 스물셋의 젊은 시인들까지. 약 100여 명의 문인이 모여 술잔을 주고받고 한 해를 정리하는 즐겁고도 뜻 깊은 자리였다.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이 자리가 제29회 <김수영 문학상> 시상식 뒤풀이를 겸하고 있기 때문. “올해는 누구지?” “김성대 시인.” “누구?” 낯선 이름에 다소 의아해하는 얼굴이 있을 정도로 올해의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는 조용히 살아왔더랬다.

김성대는 모스 부호 같다. 모스 부호의 점과 선처럼 그는 방랑과 정착을 거듭하며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재수학원, 취업 중 어느 하나로 수렴되게 마련인 시기를 김성대는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보냈다. 어디가 좋다 싶으면 그리로 훌쩍 떠났고, 여비가 떨어지면 임시로 정착해 일을 구했다. 그렇게 일 년 반의 시간을 보내고 입시 공부에 매진하더니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고, 그대로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여기서 스톱. 다시 시작된 방랑은 학업 아닌 다른 것들에 눈을 돌리게 했다. 시를 썼다. 《창작과비평》 신인문학상으로 등단까지 했다. 그러나 탄탄한 서정시로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는 잠적하다시피 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동안 펜을 들지 않던 김성대가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가을 어느 날,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의 무리를 보았을 때부터. 순간 스위치가 켜지듯 다시 ‘시 쓰기 모드’에 들어갔다고 그는 말한다.

기나긴 결빙을 지나…… 결빙의 순간들을…… 나누고 나누면…… 여기가 바다였다는 걸… 알기나 할까…… 자네의 머나먼 복귀 또한…… 어쩔 수 없이 빈약한… 재구성이겠지…… 실종이라고… 단정 짓지 말게……… 공기가 얼어 가는 소리…… 지상의 마지막 데시벨일지도 모르겠네……… 자네가 거기…… 없더라도 괜찮네……… 전할 말이………
―「우주선의 추억」에서

“실종이라고” “단정 짓지 말”라며 돌아온 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 세계를 선보이며 제29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등장할 때마다 문학상을 수상하니,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이제부터 이걸 한다.” 하고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사고를 쳐 버리는 김성대. 그가 시로써 또 어떤 세상을 펼쳐 보일지, 기대해 본다.

민음사 편집부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