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을 설명하는 책은 어려운 용어가 불쑥불쑥 등장한다. 그야말로 평론집이다. 그래야만 평론가 세계에 끼어들 수 있다. 하지만 그림 보는 걸 좋아하고 가끔 미술관에 들러 좋아하는 그림 몇 개를 실제로 봤을 때 기뻐서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어 하는 평범한 미술 독자에게 그런 평론집은 필요 없다. 『미술의 빅뱅』은 이처럼 그림을 평안하게 즐기면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창작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한 독자들, 그리고 특히 우리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미술책인 만큼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다. 우선 판형은 열여섯 명의 작품 중에서도 크게 깔아야 하는 작품 가운데 가로세로 비율을 따졌을 때 가장 빈도수가 많은 비율의 작품이 가장 보기 좋게 들어갈 수 있도록 짰다. 본문의 고딕 서체는 권위를 인정받은 고전 작품이 아니라 컨템포러리 작가들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에 비교적 역사가 짧은 나눔고딕체를 썼고, 현대 예술가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본문에서 좌측 정렬을 많이 이용했다. 표지에 사용된 작품은 색청 능력이 있는, 즉 음악을 색으로 표현하는 화가 홍경택의 작품 「존 레논」이다. B급 문화도 타성에 젖었다며 C급 문화가 등장해야 한다며 미술계의 빅뱅을 고민하는 작가들 가운데 한 명이다. 홍경택의 작품에서 가운데 존 레논의 초상 대신에 책의 제목을 넣은 것이다. 음악이 펑펑 퍼져 나가는 이 작품은 미술의 ‘빅뱅’을 잘 표현해 준다. 뒷표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팝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이동기의 작품 「샘」의 일부다. 개념미술 작가 브루스 나우먼의 「샘으로서의 자화상」을 패러디하며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고민한 이 작품은 팝아트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으로 이 책의 정신, 즉 발견하고 해체하고 창조하라는 키워드를 잘 보여 준다. 이렇게 책의 디자인은 컨텐츠와 개념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편집자와 디자인 간의 유기적인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탄생한다.    

민음사 편집부 양희정

 

이진숙
출간일 2010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