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도시』 바르셀로나 최고의 작가 멘도사가 말하는 FC 바르셀로나 비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전 세계 축구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페인 축구팀은 영광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외신은 저마다 “바르셀로나가 넣고 레알이 막았다.”라고 그 감격의 순간을 묘사했다. 전통적인 축구 강호인 두 클럽, FC 바르셀로나의 공격과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협력이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화가 무색하게도, 카탈루냐의 심장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로 대변되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뿌리 깊은 갈등을 우리는 잘 안다. 바르셀로나 작가 멘도사는 『경이로운 도시』에서 거만하고 콧대 높은 중앙정부에게 끊임없이 멸시와 조롱을 받으면서도 억척스러운 고집으로 살아남아 온 근성의 도시 바르셀로나를 묘사한다. 이 작품은 특히 아직까지도 바르셀로나 여행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여러 명소들이 탄생한 시대, 즉 1888년과 1929년의 만국박람회장을 무대로 이야기를 펼친다. 지지리도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는 카탈루냐 토박이인 주인공 오노프레는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장에 와서 돈과 권력을 쥐기 시작하고, 바르셀로나의 부흥이 최고조에 달하는 두 번째 만국박람회까지 승승장구한다. 훗날 스페인 정권은 물론이고 유럽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로 성장한 오노프레는, 약소민족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세계 속의 도시로 자리 잡기까지 감당해야 했던 눈물 나는 고군분투의 역사를 상징한다.

멘도사는 오늘의 바르셀로나를 만든 것이라면 인물이든 사건이든 장소든 하나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겠다고 작정한 듯이, 피카소, 가우디, 마법의 분수, 몬주익 궁전 등 바르셀로나의 상징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한다. 그 모든 상징들은 스페인의 한 지역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공동체로 인정받길 염원했던 바르셀로나만의 유일무이한 얼굴들을 보여 준다. 그리고 그중에는 FC 바르셀로나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축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바르셀로나에 한스 갬퍼가 축구 클럽을 창설한 1899년, 『경이로운 도시』에서는 깡패 조직의 한 행동대장과 우연히 동침한 하녀가, 쓸데없이 임신이 되었다고 투덜대면서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훗날 그 아이는 이 클럽에서 내로라하는 선수가 된다. 이렇듯 카탈루냐의 비천한 출신을 희화적으로 자조하면서도 끝내는 손에 쥐었던 영광의 순간을 자긍하는 것이 이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이다.

그로부터 백여 년도 더 지난 지금, FC 바르셀로나는 그 유명한 슬로건대로 “클럽, 그 이상(more than a club)”이 되어 바르셀로나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있다. 한 많고 질곡 많은 바르셀로나는 이제 그 모든 영광과 상처, 승리와 패배를 자신들의 문학 속에, 스포츠 속에 자랑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윤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