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내세』와 『거리의 법칙』 절망의 스쿨버스 vs 희망의 스쿨버스

 

 

모던클래식으로 출간된 러셀 뱅크스의 두 작품 『달콤한 내세』와 『거리의 법칙』에는 묘한 연결 고리가 있다. 『달콤한 내세』에는 스쿨버스의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한순간에 아이들 절반을 잃은 샘덴트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뱅크스는 샘덴트 마을 사람 모두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이 스쿨버스를 『거리의 법칙』에 또 한 번 등장시킨다. 하지만 『거리의 법칙』에서 이 스쿨버스는 행운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하는 주인공 소년 채피는 잘 곳이 없을 때마다 이 스쿨버스로 찾아온다. 사고로 엉망진창이 된 스쿨버스에서 사는 샘덴트 출신의 형제 리처드와 제임스는 사고 이후 모두들 스쿨버스를 불길하게 여겨 아무도 처분하지 않아 자신들이 가져다가 아지트로 삼았다고 하는데, 그들은 자신들에게만은 이 스쿨버스가 좋은 인연이라고 말한다. 『달콤한 내세』의 주인공인, 그들의 여동생 니콜은 사고 이후 하반신이 마비되는 엄청난 부상을 당했지만, 형제들은 사고가 있던 날 마침 몸이 아파 학교를 쉰 덕에 스쿨버스를 타지 않는 행운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스쿨버스는 채피에게 좋은 인연이 되어 준다. 갈 곳이 없었을 때 잠시지만 머물 곳이 되어 줄 뿐만 아니라, 그가 처음으로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자메이카인 아이맨을 이곳에서 만나 처음으로 가족의 정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채피가 집으로 갔다가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입고 다시 돌아와 회복하는 곳도 이곳이다. 과거에 큰 사고를 냈으며 상처투성이로 다 부서져 가는 이 스쿨버스가 채피에게만은 제대로 된 삶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공간, 희망의 공간인 것이다
러셀 뱅크스는 자신의 다른 소설에서 고통과 상실의 상징이었던 이 스쿨버스를 『거리의 법칙』에 재등장시키면서 리처드와 제임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채피에게도 이곳이 희망의 공간, 미래의 가능성이 담긴 공간이 되도록 했다. 작가 자신이 그려 낸 어른들의 세상이 아무리 망가지고 절망적인 곳처럼 보여도 다른 삶을 희망하는 아이들에게는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민음사 편집부 박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