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음식의 향연이 펼쳐지던 중국영화 「음식남녀」를 기억하는가. 요리사 주선생은 호텔에서 국빈이라도 대접할 일이 생기면 급하게 호출되어 최고의 요리를 선보이는 프리랜서이다. 하지만 그는 평소 집에서도 가족을 위해 최고급 호텔의 코스요리와도 같은 밥상을 매일 준비한다. 영화 시놉시스는 희미하게 잊혔지만, 영화 속 중국 요리에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인 욕망 중 하나가 식욕이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것은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활동의 하나일 뿐 아니라 일종의 문화 활동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의 전통 문화를 구성하는 한 요소인 중국 음식의 오랜 역사를 다루고 있는 『중국 음식 문화사』는, 마치 「음식남녀」의 한 장면과도 같이 푸짐한 중국 식탁을 엿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살코기 22근, 탕에 쓰는 고기 5근, 돼지기름 1근, 양 2마리, 닭 5마리, 오리 3마리. 배추, 시금치, 향채, 미나리, 부추 등이 모두 19근. 무, 당근 등은 모두 60개. 된장과 간장 각각 3근, 식초 2근. 우유 100근, 찻잎 75포 등등. 이는 놀랍게도 중국 청나라 황제의 평소 밥상에 올라가는 하루치 식재료이다.
그러면 황후의 밥상은 어떠했을까? 살코기 16근, 오리 1마리, 닭 1마리, 채소 음식에 들어가는 고기 10근, 무와 당근은 모두 20개, 파 2근, 된장 1.8근, 간장 2근, 식초 1근, 우유 50근, 찻잎 10포 등등.
뿐만 아니라 비빈, 황태자, 황태자의 처첩들에게 제공된 음식도 지위에 따라서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실제 하루 동안 먹기에는 아주 과한 밥상이었다고 한다.
평소 정찬을 위한 식재료가 이 정도였다니, 연회가 열릴 때는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리고 평소 밥상을 차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그릇이 사용되었고, 요리사는 몇이나 되었을까? 요리사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도 엄청났겠지만, 대체 황제의 식사 시간은 얼마나 길었을까? 이처럼 황제의 밥상 위에서도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읽을 수 있다.

민음사 편집부 최화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