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몇 해간 유독 많은 ‘유명한’ 죽음을 목격했다. 이은주, 유니, 최진실, 장자연, 정다빈…….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탤런트들의 자살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파란을 불러일으키며 소문이 소문을 불렀다. 죽음의 이유는 저마다 달랐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죽음들 이후의 풍경이 익명의 다수가 치명적인 소문을 무책임하게 만들어 내고 즐기는 대중 사회의 한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누구도 큰 소리로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았던 이 민감한 이야기를 한 신예가 멋지게 ‘터뜨렸다’.
7월의 마지막 주, 주요 일간지의 문학 단신들은 일제히 한 젊은 작가의 첫 장편소설에 포커스를 맞췄다. ‘스캔들’이라고 해도 될 만한 반응이었다. 젊은 작가 하재영의 『스캔들』.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였던 미모의 여배우가 자살하고, 고교 동창이었던 한 대필 작가가 시시각각 번져 가는 죽음 ‘이후’의 이야기들을 재구성한다. 연예인 자살이라는 시의적인 소재를 대중과 희생양 사이의 역학까지 확장한 도발적이고 영리한 이 소설을 내놓은 당돌한 신예는, 알고 보면 그녀 자신도 충분히 소문의 중심이 될 만한 매력적인 존재이다.
우선 그녀는 무용을 전공한 발레리나 출신으로, 미인, 그것도 ‘본격적’인 미인이다. 하재영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연예인 하셔도 되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눈에 띄게 수줍어한다. 한두 번 듣는 말이 아닐 텐데도 매번 수줍어하는 것을 보면 원래 소탈한 성격인 것이다.
그녀는 글도 ‘본격적’으로 쓰고 있다. 2006년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완성도 높은 단편을 발표해 오다 이번에 민음 경장편 시리즈 네 번째로『스캔들』을 출간하며 독자와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작가의 말에서 자신의 작품을 ‘서로의 통속을 응시하며 위로받기 위한, 통속적인 소설’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자기 소설의 기원을 이렇듯 일말의 미사여구 없이 밝히는 것을 보면, 그녀는 매우 쿨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는 밴드도 한다.(이것만큼은 ‘본격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박상, 노희준 작가와 함께 ‘말도 안 돼’라는 이름의 말도 안 되는 아마추어 작가 밴드를 결성해서 최근에는 한강 유람선 선상 콘서트까지 열었다. 한 달 배운 베이스 기타는, 다들 일 년은 친 것 같다는 소리를 해 줄 정도였다고 하는데, 빈말로라도 프로 연주자 급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기발한 이벤트에 참여해서 훌륭하게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연주해 냈다. 하재영은 이따금 4차원적인 기질을 숨길 수 없는 당돌한 모험가가 되기도 한다.
‘스캔들’의 매력은 파헤치고 파헤쳐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불가해’함에 있다. 아무도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서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이다. 논란이 될 법한 소재를 멋지게 요리해 낸 용기 있는 작가이자 쇼트커트가 잘 어울리는 털털한 미인, 발레를 그만두고 문학을 택한 쿨한 성격의 소유자, 한 달밖에 배운 적 없어도 용감하게 연주하는 베이시스트. 지금부터 우리는 어떤 모습이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이 신기한 작가, 하재영을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민음사 편집부 양은경

하재영
출간일 2010년 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