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파워클래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북 콘서트 행사 스케치

5월 16일 늦은 저녁, 민음사와 조선일보가 함께 하는 101 파워클래식 북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북 콘서트가 진행되는 현장에서는 ‘민음 북클럽’ 회원 신청을 받으며, 즉석에서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다양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모던클래식을 함께 소개해드렸습니다.

한 켠에는 이렇게 2012년 ‘민음 북클럽’의 가입 사은품 전체를 예쁘게 전시해두었습니다.

동명의 영화에 출연했던 잭 니콜슨의 모습이 보이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표지가 북 콘서트 현장을 한 눈에 사로잡습니다.

본격적으로 행사가 시작되기 전, 민음사장은수 대표님께서 독자 분들께 환영의 인사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드디어 북 콘서트를 이끌어주실 두 분을 함께 자리에 모셨습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01 파워클래식 북 콘서트의 사회는 조선일보의 어수웅 기자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멋진 입담과 유쾌한 진행으로 이날 북 콘서트에 풍성함을 더해주신 기자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님께서 본격적으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 대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 소설이 ‘누가 정상인가?’에 대한 끊임 없는 물음이라고 하셨는데요, 작품 속의 세계는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들과 함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적인 구조지만 랫치드 수간호사가 바로 그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교묘한 폭력을 일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랫치드 수간호사는 다수결이나 병동의 합의 대상이라는 명목으로 환자들을 통제하며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려 합니다.

정신 진단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말과 행동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모호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감정을 측정할 수 있는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 오직 훈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교수님께서 진단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속의 ‘맥 머피’는 반사적 인격 장애의 경증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남을 속이는 등 일부의 문제는 있으나,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서 볼 때에는 고인 물이 썩지 않으려면 이러한 약간명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믿고 보는 것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요. 즉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일까?”의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를 보면 전기 충격 치료를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전기 충격 치료는 지금도 하는 치료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는 일종의 ‘징벌’의 의미로 사용되었고, 이를 통해 미국 사회 전반에 전기 충격 치료를 반대하는 청원이 일어나며 영화가 사회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쳤던 사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우울증 정도는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 흔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편견의 대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셨습니다. 스스로를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보거나 또는 타인을 같은 잣대로 보며 낮추어 평가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경찰관, 소방관, 의경 등 마초적이고 남성적인 문화가 팽배한 직장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 마지막에 브롬든이 떠나는 곳은 ‘캐나다’입니다. 60년대 당시엔 캐나다가 ‘자유의 나라’를 상징하던 곳이었으며, 실제로도 진보적 지식인들이 많이 넘어가며 발전을 이룬 측면이 크다고 합니다.
이처럼 당시의 문화적 변화들도 엿볼 수 있는데다 다수결과 집단에 의한 ‘합’이 과연 ‘절대 선’인가에 대한 고민을 남겨주는 작품이 바로 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의 1부 강연이 끝난 후에는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영상을 관람하고, 이어 교수님과 함께 즉석에서 고민을 나누는 ‘특별한 상담소‘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자1: 동기가 정신 질환으로 국군 수도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요.
하지현 교수님: 정신 질환의 가장 흔한 발병 연령이 그 즈음입니다. 회로 연결이 잘못된 것이고 처음엔 약간의 스트레스로 문제가 생겼겠지만, 그전부터 지속되어온 스트레스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이 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돌아오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해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막 대하거나 과잉 보호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그저 계급에 맞게 대우해주면 됩니다. 휴가 갔다 온 사람처럼 맞이해주고, 모든 정신 건강의 핵심인 ‘잘 자고 잘 먹는 것’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독자2: 군 부대에서 독서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공식적인 치료 활동이 끝난 후에도 힘들어하며 연락을 해 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하지현 교수님: 인생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다만 확실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위탁을 받은 치료사는 그 기간만 관계를 맺는 것이 그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 떼기’를 견딜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관계인 멘토와 멘티, 후배, 동료 등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다음에는 정신과의 영역에서 ‘정상과 비정상‘, ‘치유의 대상‘ 이라고 하는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어수웅 기자님께서 직접 질문을 전해주셨는데요, 이는 ‘어디까지가 양심이고 어디까지가 법’인가에 대한 문제와 마찬가지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인 불편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비정상성이란, 첫 번째로 있어야 될 것이 없고 없어야 될 것이 있는 경우와 둘째로 일정 기간 동안 일상적인 기능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이며, 이 두 가지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셨습니다.점점 더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가 ‘질병’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일상 관계 안에서 풀어줘야 하는 것을 병이다, 잘못됐다 라고 낙인을 찍으려 하지 말고 삶의 전체적인 과정 안에서 좀 더 크게 보고, 사람은 대개 아프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부분만 좀 고치자, 그럼 괜찮아 질 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독자3: 갓 스무 살을 맞이한 새내기 대학생입니다. 막상 입시를 벗어나자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현 교수님: 답이 없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답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 가는 시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3개월, 6개월씩 많이 해 보고, 이것이 아니라고 깨닫게 되면 미련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일에 대한 망설임에 대한 독자 분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조회가 남아서 취업도 안 된다는 괴담이 떠 돈 적이 있었는데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본인의 병원 기록은 볼 수 없다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지현 교수님께서 덧붙여주신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며, 101 파워클래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북 콘서트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첫째, 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둘째, 누가 나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셋째, 나 또한 누구를 미워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테면, 1년에 한 명씩만 미워하자고 정한 다음 올해의 미운 사람 상을 주고 살면 됩니다.

이 세 가지를 인정하고 나면 시야가 넓어지고 훨씬 마음이 편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