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민음사에서는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시와 소설, 평론 부문에서 모두 당선자를 배출한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상식 후기를 전합니다.

봄을 맞이하는 노란 현수막이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상식 진행을 알리고 있습니다. 시와 소설, 평론 각 부문 수상자를 호명하고 심사평을 전한 뒤, 각 부문 수상자에게 상패와 부상,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간이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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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 부문 안미린 수상자의 모습입니다.「라의 경우」 외 9편으로 최종심에서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안미린의 시들은 자유로운 어법 그 자체였다. 과감하게 생략하고 비약하고 가로질렀다.   말맛이 탱글탱글 살아 있었다. 시선은 다이나믹하게 줌인과 줌아웃을 했다. 그럼에도 행간에 계절의 지나감과 경험했던 감각들의 애틋함이 다소곳이 숨겨져 있었다. 언어로는 힘주지 않아 경쾌했고 감수성에는 깊이가 있어 묵직했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구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풀처럼 심어 두곤 했다. 신뢰감 이상을 맛보았달까. 이런 신인이 이제 새로이 시인의 세계에 진입하여 우리의 동료가 된다는 사실에 설렜다.” ―심사위원김소연 시인 심사평 중에서

 다음은 「선물」로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소설 부문에 선정된 이주란 수상자의 모습입니다.

“「선물」은 특유의 그로테스크로, 그로테스크가 천차만별임을 일깨워 주었다. 목탄으로 그린 듯 투박하지만 개성적이고 짙은 인물들과 이미지들도 눈길을 끌었다. 신인을 뽑는 데 있어서 ― 본인이 이미 알고 있든 아직 모르고 있든 ― 잠재된 개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막장의 밑바닥 인생을 사는 자매의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신세 한탄이 아닌 뻔뻔스러운 농담으로 승화시킬 줄아는 능청스러움에도 믿음이 갔다.” ― 심사위원 김숨 소설가 심사평 중에서

다음은 「감각적 경계인의 정치적 사색 ― 김경주론」으로 평론 부문에서 오랜만에 당선작을 낸 허 희 수상자의 모습입니다.

“허희가 보내온 2편의 평론은 일단, 대상 텍스트의 현재적 맥락과 위치에 대한 비평적 감각과 성찰에 기반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의 비평에는 ‘지금’, ‘왜’, 이 텍스트와 비평적으로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고민을 넘어서려는 도전적 모색과 더불어 녹아 있었다. 진지하면서도 대담한 비평적 기획과 행보가 잠재되어 있으리라 예감하면서 그의 비평적 출발에 우리는 동의했다. ‘신인’의 힘은 그가 보여 준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보게 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심사위원 박성창·김미현·김행숙·정영훈·강유정 심사평 중에서

 이어 민음사 출판그룹 박맹호 회장님께서 수상자들을 향한 격려의 말씀을 전하시며 신인 작가님들의 도약에 큰 지지와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소설가 하일지 선생님께서도 시상식에 자리해주셔서 아낌 없는 격려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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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심사위원이자 시인인 김행숙 선생님께서도 축하와 격려의 인사를 전해주셨는데요, 좋은 기회로 매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를 하게 되는데, 좋은 동료를 만나는 일이라 기쁘고 앞으로도 함께 문학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어 각 분야 수상자의 소감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고, 먼저 시 부문 안미린 당선자께서 그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쓴 시가 「외로운 소녀」라는 시인데,  종이에 쓴 그 시를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종이를 말아서 손에 꼭 쥐고는 펄쩍펄쩍 뛰는 꿈을 꾸었습니다. 꼬마아이의 꿈을 이뤄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시들은 겨우 고요한 시간, 오전의 생생한 묘지에서 쓰인 것입니다. 혼잣말을 해도 손끝은 언제나 따뜻했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살아 있었어도, 우리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묘지의 외국인들에게 고맙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겐 살아 있으므로 한 명 한 명 만나서 감사를 드릴게요. 계속 시를 쓰겠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매끄러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계속계속 시를 쓰겠습니다. 외계인의 완성된 눈망울을 가질게요. ―2012 봄호『세계의 문학』시 부문 당선자 소감 중에서

시종 밝고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소설 부문 이주란 당선자께서 소감을 전해주고 계십니다. 시상식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해주셨습니다.

『크레이지군단』이라는 만화책에 나오는 외계인은 저를 항상 유혹했습니다. 인생의 리셋 버튼을 누르라고 말이죠. 현실에서의 저는 자주 그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쓰고 있을 때는 제 삶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리셋 버튼의 유혹으로부터 저를 지켜 주었습니다. ―2012 봄호『세계의 문학』소설 부문 당선자 소감 중에서

마지막으로 평론 부문 허희 당선자께서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제 본명은 허준행입니다. 필명으로 쓰는 허희는 증조할아버지의 존함입니다. 할아버지의 한량 기질을 물려받아서 여러 가지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사실은 선생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민음사에서 평론의 길을 열어주셔서 대학원에 진학할 것 같습니다. (웃음) 아직 젊으니까, 해보고자 합니다. 심사위원들께 부끄럽지 않게 좋은 글 쓰겠습니다.”

문학을 짝사랑해 왔다. 물론 문학이 나를 괴롭게 할 때는 미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문학에 대한 애증으로 평생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학을 향한 나의 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려고 하니, 후련하면서도 두려움이 엄습한다. 여하튼 힘겨운 고백을 한 만큼, 잘 해내고 싶다. 나는 내가 가진 전부를 걸고, 문학과 관계 맺고 있는 나의 존재를 증명해 낼 작정이다.  ―2012 봄호『세계의 문학』평론 부문 당선자 소감 중에서

2012년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는 275명의 응모자가 2967편의 작품을, 소설 부문에는 350명의 응모자가 786편의 작품을, 평론 부문에는 5명의 응모자가 10편의 작품을 투고하였습니다. 올해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향한 응모자들의 뜨거운 열의와 성원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는 다시 한 번 감사를, 수상작으로 선정되신 세 분께는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제6회 <세계의 문학 신인상> 수상 작품은 <세계의 문학> 2012년 봄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