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국회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화제를 모았던 신하균, 이민정 주연의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응준 작가의 원작 소설로 만들어졌다. 이응준 작가를 만나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를 보면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바로 주인공 ‘김수영’으로 분한 신하균의 말투와 행동, 스타일 등에서 영락없는 ‘작가 이응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독설을 쏟아부으며, 열정과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김수영의 모습은 작가 이응준을 빼다 박았다. ‘햄릿의 이성’과 ‘돈키호테의 행동’을 두루 갖춘 남자라면, 너무 비현실적인가? 것도 모자라, 문학성까지 겸비했으니, 이쯤 되면 초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응준 작가의 문학적 정수라 할 만한 『밤의 첼로』는 가히 ‘이응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응준은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 밝히듯이, “눈물이 맺히는 아름다운 노래 한 소절이 어떤 거대한 진리보다 강하다고 믿는” 지극한 낭만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다. 『밤의 첼로』는 영원한 탐미주의자 이응준의 소설 미학이 빚어낸 여섯 편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다. 이 책의 제목인 ‘밤의 첼로’는 독일의 여류 시인 안나 헨리케의 시 「밤의 첼로」에서 따왔다.
“누구에게나 제 생애에서 가장 혹독한 밤이 꼭 한 번은 찾아오고 그러면 그는 홀로 눈보라 치는 광야에서 뜨거운 무쇠 난로를 끌어안듯이 신의 이름을 부른다. 신은 기쁨이 아니다. 신은 슬픔도 아니다. 그저 아직 살아 있는 자가 죽음을 앞에 두고 부르는 조용한 노래일 뿐. 가장 절망스러운 밤의 밑바닥에서 신의 얼굴을 보고자 기도하는 인간은 신이 연주하는 첼로 소리를 듣게 된다. 단 한 번은, 꼭 한 번은, 듣게 된다. 신이 흘리는 눈물보다 더 아름다운 저 첼로 소리를.”
이 아름다운 시를 쓴 안나 헨리케의 시집을 당장이라도 구하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다. 그녀는 이응준이 만들어 낸 가상의 시인이기 때문이다. 고로, 저 아름다운 시는 시인 이응준의 시라는 말이다. 이응준 작가는 실제로 시인이기도 하다. 안나 헨리케의 시에 반한 독자에게는, 이응준의 시집 『애인』을 권한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의 말처럼 이응준은 “세계에 냉담하고, 사랑에 실패하며, 신을 모독하고, 인간을 경멸한다.” 하지만 그는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것들을 눈이 멀 정도로 환멸하면서도 인간의 곁을 아주 떠나 버리지는 못”한다. 세상을 향해 욕을 하고 침을 뱉고 주먹을 내지를지언정 절대 세상을 벗어나거나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독한 슬픔에 숨을 못 쉬는 당신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렇다. 그는 어리석은 작가다. 하지만 지독한 슬픔에 숨을 못 쉬는 당신을 차마 버려두고 갈 수 없는 그런 작가다. 당신 곁에 끝까지 남을 “단 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오래 미워하고 있다면 그 누군가를 오래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밤의 첼로』는 이응준이 오랫동안 세상을 사랑해 왔다는, 지독한 고백이다.

민음사 편집부 김소연

이응준
연령 13세 이상 | 출간일 2013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