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는 냉전의 절정기인 1971년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하여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만남을 성사시키고, 미중 수교의 첫 장을 연 외교 전략가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민간 외교관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키신저는 이 책에서 수십 차례 중국을 오가며 중국 지도자들과 만날 때마다 남긴 대화 기록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는데,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묘미다. 더불어 키신저는 그 지도자들의 면모가 국제 정세와 맞물려 중국의 향방을 어떻게 바꾸어 나갔는지 통찰력 있게 그려 낸다.
헨리 키신저가 중국에 도착해 처음 대면한 지도자는 저우언라이였다. 그는 “60여 년의 공직 생활에서 저우언라이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며 저우언라이를 높이 평가했다. 마오쩌둥이 어떤 모임이든 휘두르고 지배하는 타입이었고 반대를 압도하려는 열정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저우언라이는 반대를 설득하거나 허를 찌르는 지성으로 좌중을 파고들었다. 이러한 성격은 그들의 정치 스타일로도 나타나 “마오쩌둥은 역사의 가속 페달을 밟으려고 안달이었지만, 저우언라이는 역사의 흐름을 이용하는 데 만족했다.” 저우언라이는 점잖고 우아한 자태로 절제된 모습을 보이면서도 탁월한 지성과 품성으로 좌중을 압도하여, 독보적 존재인 마오쩌둥 옆의 2인자로 자리하면서도 인상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한편 덩샤오핑은 무뚝뚝하고 세련되지 못한 사람이었다.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타구에 침을 뱉어 상대방을 당황시키기도 했는데 키신저는 덩샤오핑의 사무적인 스타일이나 신랄한 감탄사 등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키신저는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균형 감각을 읽지 않던 덩샤오핑에게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게 됐고 그가 중국을 일으켜 세울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결국 덩샤오핑은 중국의 개혁ㆍ개방 정책을 통해 고립된 중국이 세계를 향해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키신저는 이렇듯 중국 지도자들과 직접 마주하며 역사의 현장에서 발로 뛰었던 ‘인사이더’로서 중국을 이끈 지도자들, 나아가 세계 속 중국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깊은 안목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