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릭스 포터 Beatrix Potter 뒤로

(Beatrix Potter, 1866-1943)

 

베아트릭스 포터는 영국 런던 켄싱턴에서 방적공장(랭커셔)을 소유한 상류층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났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수줍음 많은 문학소녀였다. 버터 바른 토스트를 좋아하는 ‘벤저민’과 장기를 많이 부리는 ‘피터’라는 이름의 토끼, 그리고 개구리, 박쥐 등을 키우면서 자연과 교감하는 감각을 키웠다. ‘피터’를 데리고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던 중에 가정교사의 어린 아들 노엘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는 그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동화가 『피터 래빗 이야기』(1902)다.

어린 시절 동물 친구들을 그리고 이야기 짓기를 즐기던 베아트릭스는 ‘왕립식물원’에서 버섯을 연구하고 스케치를 했다. 그녀의 논문은 당시 여성의 입회를 허가하지 않았던 ‘영국린네협회’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식물학자가 되는 걸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좌절은 결코 실패가 아니다. 베아트릭스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제작하고 수채화 실력을 더욱 발전시키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 일러스트를 그렸다.

베아트릭스는 처음에 『피터 래빗 이야기』를 여러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여 자비출판을 했는데, 초판이 두 주 만에 동이 나는 바람에 컬러 판본을 정식 출간하게 되었다. 그 후로 『다람쥐 넛킨 이야기』, 『벤저민 버니 이야기』, 『못된 두 생쥐 이야기』, 『파이와 파이 틀 이야기』, 『글로스터의 재봉사 이야기』 등 작은 그림책들의 연이은 성공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베아트릭스는 1903년에 조끼 입은 피터 인형을 직접 디자인하고 또 영국특허국에 등록함으로써, ‘피터 래빗’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상표 등록된 문학 캐릭터가 된다.

베아트릭스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해해 주는 편집자 노먼과 사랑에 빠진다. 아직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빅토리아 시대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쓴 힘겨운 연애였으나, 약혼한 지 한 달 만에 노먼이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는다. 이 러브스토리는 르네 젤위거가 주연한 영화 「미스 포터」에서 볼 수 있다.

베아트릭스는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자기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잉글랜드 북서부 레이크디스트릭트 지역의 ‘힐탑하우스’로 이사한다. 이 새로운 집필 장소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된다. 베아트릭스는 이곳에서 농부가 되더니, 허드윅 면양을 가장 잘 키워서 지역 협회 최초의 여성 회장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하고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다. 베아트릭스는 이곳을 순례하는 미국 독자들의 성금과 인세를 모아 농장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지역개발 요구에 맞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했고, 사십 대 후반에 이 외로운 투쟁을 도왔던 지방 변호사 윌리엄 힐리스와 결혼하였다.

그렇게 모은 자신의 땅을 이후 ‘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하였고, 이러한 노력 덕분에 내셔널트러스트는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자취도 담고 있는 레이크디스트릭트는 지금도 세계 독자들이 찾는 아름다운 명소이다. 베아트릭스의 작품은 이처럼 삶 자체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 작가의 영혼이 깃든 영원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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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1세 이상 | 출간일 2018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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