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1937년 고등학교 졸업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방면의 독서에 열중하다가 이듬해 쾰른 대학에 등록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한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한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는 쾰른에 정착, 패전의 폐허 위에서 빈한하게 생활하는 중에도 공부를 계속하는 한편,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기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주로 그린 작품들을 발표했다. 1951년 ‘47그룹 문학상’을 받으면서 문인으로서의 위치를 다졌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53)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소비 사회의 세태에 대한 회의가 담긴 이 작품을 계기로 그 전까지 전쟁과 비인간성에 주목하던 뵐 문학의 주제는 불균형한 사회 발전과 물질주의의 폐해로 옮겨간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비롯해 『9시 반의 당구』, 『어느 광대의 견해』, 『신변 보호』 등의 대표작들이 있다.
1967년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 그는, 1971년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된다. 이미 독일 국내에서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그는 국제펜클럽 회장이 된 후 박해받고 있는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돕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실적으로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항상 사회에서 소외받고 억압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그의 작품 세계는 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더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독일 작가의 하나로 꼽힌다. 1985년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