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처럼 흐르는 눈물
우리는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시원한 오리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었네,
우리는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졸졸대는 냇물을 내려다보았네.
달님이 둥실 떠올랐고,
별들도 따라서 반짝였네,
우리는 다정하게 어깨를 맞대고
은빛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네.
내 눈에는 달님도 보이지 않았고,
반짝이는 별들도 보이지 않았네,
나는 오로지 그녀의 모습만을,
그녀의 두 눈만을 바라보았네.
그녀의 두 눈이 행복한 냇물에서
춤추며 올려다보는 것을 보았네,
물가에 핀 파란 작은 꽃들도
춤추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네.
그리고 하늘이 몽땅
냇물 속에 가라앉은 것 같았네,
그 깊은 냇물 속으로 나를
끌어들이려 하는 것 같았네.
개울에 비친 구름과 별들 위로
냇물은 즐겁게 흘러갔네,
졸졸졸 소리 내며 노래했네:
“친구여, 친구여, 나를 따라와요!”
그때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거울의 표면이 어지럽게 흔들렸네;
그녀는 말했네: “비가 올 것 같아요,
안녕! 이만 들어가 봐야겠어요.
칠현금의 초록색 리본을 풀어
“저 고운 초록색 리본이
벽에 걸려 시들다니 안타까워요,
초록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인데!”
그대는 오늘 내게 그렇게 말했지;
나는 당장 리본을 풀어 그대에게 보내네:
이제 초록색을 실컷 즐겨 다오!
그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흰색이라 해도,
초록색은 초록색대로 멋있어,
나도 그 색이 좋다네.
우리의 사랑은 늘 푸른색이기에,
희망은 멀리서 파랗게 피어나기에,
우리는 초록색을 좋아한다네.
이제 초록색 리본으로 우아하게
그대의 머리를 묶어요,
그대도 초록색을 좋아하니까.
그러면 나는 알겠네, 희망이 깃든 곳,
그러면 나는 알겠네, 사랑이 깃든 곳,
이제 나는 초록색이 정말 좋아졌네.
시든 꽃
그녀가 내게 건네준
너희 모든 꽃들아,
나와 함께
무덤 속으로 가자.
너희는 왜 모두들
날 슬픈 눈으로 쳐다보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꼭 아는 것 같구나.
너희 모든 꽃들아,
왜 그리 시들고 창백하니?
너희 모든 꽃들아,
무엇에 그리 젖었니?
아, 운다고 오월의 초록빛
되돌아오지 못하고,
죽은 사랑 다시
되살아나지 않으리.
봄이 오고,
겨울이 가면,
풀밭에는
꽃들이 피어나겠지.
그리고 작은 꽃들은 나의
무덤 속에 누워 있겠지,
그녀가 내게 건네준
그 모든 꽃들은.
어느 날 그녀가
내 무덤가를 지나며
‘그 사람은 진실했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너희들 모든 꽃들아,
어서 나와라, 어서 나와라!
겨울은 가고,
오월이 찾아왔으니.
— 빌헬름 뮐러, 김재혁 옮김,
『겨울 나그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