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화) 광화문에서 이응준 작가의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기린아’ 이응준 작가가 13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습니다. ‘근 미래 가상 통일’이라는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선 굵은 느와르를 지향하는 이번 작품은 기본적으로 누아르를 바탕으로 멜로, 블랙코미디, 스릴러, 추리, 우화 등등 갖가지 요소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답이 오갔습니다.

–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는?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은 기본적으로 거대하고 거시적인 국가를 테마로 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사생활이라는 미시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하는 뜻에서 지은 것이다. 자기 운명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궁극적 질문은 국가와 개인 양쪽에 부여되는데, 이 두 가지 요소를 합한 국가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을 택했다.

– 이런 특이한 소재 선택의 계기는 무엇인가?

변화하고 싶은 갈망에서 나온 것 같다. 우리에게 변화의 적기는 통일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또 누아르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에 적합한 시공간을 찾다 보니 국외에는 상해, 국내로는 한국전쟁 당시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많은 소설에서 다루어진 소재이다. 그래서 통일 이후의 공간이 내포하고 있는 누아르적인 속성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농담을 한마디 하자면 이 소설을 읽은 후 대중들이 ‘통일이 되면 큰일 나겠네.’ 하고 생각하게 될 경우 책이 잘 팔리지 않을까, 했다. 가장 무서운 상황 하나를 말해 보자면, 관념적인 핵전쟁이 아니라 만일 북한 사람이 우리 옆집에 산다면, 이라는 게 아닐까 한다. 이렇게 현실적인 개념을 제시하고 싶었다.

– 이북에 대한 편견을 악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한 적 없나?

이 책에서 그런 편견을 깨기 위해 남한 사람들의 태평함을 다루었다.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접근했을 때는 그들에 대해 보다 신중한 판단과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념, 캐릭터로 접근했을 때 무지가 발생하고 거기에서 자의적인 판단이 이루어진다. 작품에서도 남한 사람들은 예쁜 북한 여자의 이미지, 무서운 조직 폭력배의 이미지를 막연하게 안고 지낼 뿐이다. 이 책을 보며 설정만으로 황당한 얘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300여 권 정도의 온갖 자료들을 읽으면서 소설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려고 애썼는데 결과적으로 실제 북한에 가까운 세계를 묘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예전 이응준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있고 시를 기다리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향후 계획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집필 후 번역을 하며 체력 보충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시를 쓴다. 모아 놓은 것도 있고 조만간 내게 될 것이다. 단편 역시 꾸준히 써 나갈 생각이다. 본격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술’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고, 물론 어느 정도 변화한다고 해도 그 틀을 버릴 수는 없다. 앞으로도 계속 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