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히 관찰한 결과, 나는 권위자에 버금가는 확신으로 장담할 수 있습니다. 개는 혼자 내버려 두면 놀지 않습니다 . 혼자 내버려 두면 개는 절대적으로, 말하자면 동물적으로 심각해집니다. 할 일이 없으면 주위를 둘러보고 명상을 하고 잠을 자고 벼룩을 잡고 솔이나 슬리퍼나 하여간 무언가를 갉작거리지만 놀지는 않아요.
혼자 있으면 개는 자기 꼬리를 쫓거나 벌판에서 빙빙 돌지도 않고 입에 막대기를 물고 다니지도 않고 앞에 있는 돌멩이를 코로 밀고 다닙니다. 이런 놀이를 하려면 개한테는 파트너나 구경꾼이 필요해요. 누가 함께 놀아 주면 개는 그 반려자를 위해 조증에 걸린 듯 놀아 주는 것이지요. 개의 놀이는 함께한다는 기쁨의 폭발입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이든 개든 친절한 영혼을 만날 때만 꼬리를 흔들고, 누가 같이 놀아 주거나 지켜보고 있을 때만 놀기 시작합니다.
자기한테 관심을 거두는 순간 놀이에 지루해지는 예민한 개들도 있습니다. 그런 개들은 오로지 칭찬을 받는 동안에만 놀이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요. 짧게 말해서 개는 놀이를 하려면 누군가 다른 사람과 자극을 줄 수 있는 접촉이 필요합니다. 애초부터 개의 사교적인 성격에 포함된 부분이에요.
반대로 고양이는 사람이 자극을 주면 놀이를 시작하지만 혼자 있을 때도 놀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고독하고 개인주의적인 방식으로 스스로 놉니다. 혼자서 가둬 놓고 양털 공이나 술 장식, 달랑거리는 끈만 줘도 우아하고 소리 없는 놀이를 시작하지요. 고양이는 놀 때, 인간, 네가 여기 있어 줘서 정말 기뻐, 뭐,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고양이는 죽은 자의 침상 앞에서도 놀 수 있습니다. 앞발로 수의의 옷자락을 가지고도 잘 놀 것입니다.
개는 절대로 그러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재미를 찾습니다. 개는 무슨 영문에서인지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 주고 싶어 하고요. 고양이는 오로지 저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지만 개는 다른 누군가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기를 바라지요. 개는 무리의 일원일 때 온전히 활력 넘치는 삶을 사는데, 겨우 두 명이라도 무리는 무리인 겁니다. 꼬리를 쫓으면서도 곁눈으로는 누군가 해 줄지도 모르는 말에 신경을 쓰고요. 고양이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스스로 즐거우면 그만이지요.
아마도 고양이가 개처럼 자기를 잊고 숨이 턱에 닿게 차도록 열정적으로 온 힘을 쏟아 놀이에 투신하지 않는 건 그런 이유 탓일 겁니다. 언제 봐도 고양이는 그러기엔 조금 도도해 보입니다. 항상 우아하게 살짝 깔보는 마음으로 놀이에 임해 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는 허심탄회하게 놀이에 매진하지만, 고양이는 잠깐 변덕을 부리듯 놀지요.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고양이들은 유아독존으로 즐거움을 찾는 아이러니 천재들의 후예입니다. 사람이나 물건을 가지고 놀기도 하지만, 그것도 다 살짝 깔보며 자기만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개들은 유머 작가들의 과에서 내려옵니다. 짤막한 일화를 팔아 먹고사는 유머 작가들처럼 성격이 좋고 세속적이며, 자기 이야기를 소비하는 대중이 없다면 권태에 못 이겨 제 몸을 깨물어 갈기갈기 찢고야 말 유형이에요. 개는 순전한 사교성에서 놀이에 참여하며, 오로지 순수한 열의에서 공동의 놀이에 온몸이 터져 나가도록 열심히 임하죠.
개인적으로 체험해 봤다는 사실만으로 고양이는 만족하고도 남습니다. 개는 성공을 거두고 싶어 합니다. 고양이는 주관주의자입니다. 개는 반려자가 존재하는 세계에 살며, 그러기에 객관주의자입니다. 고양이는 동물처럼 신비롭습니다. 개는 인간처럼 나이브하고요. 고양이는 약간 유미주의자입니다. 개는 평범한 인간과 비슷하지요. 아니 창작하는 인간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요. 개는 어떤 내면적 성향으로 인해 타자로, 모든 타자에게로 향합니다.
개는 자기만을 위해 살지 않지요. 자기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배우처럼,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서 시를 쓸 수는 없는 시인처럼, 자기 얼굴을 벽에 걸겠다는 이유만으로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화가처럼 말입니다. 우리 인간이 영혼을 걸고 참여하는 모든 놀이에도 역시 다른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갈구하는, 그 간절하게 못 박힌 시선이 있습니다. 크고 소중한 인간 무리 전체의 관심을 구하는 그 눈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순수한 열의는 우리를 산산조각으로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