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 『급류』가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어요. 어떤 분은 독서 후 우는 눈물 영상(?)을 올려 주시기도 하고, 유튜브에도 수많은 플레이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급류』는 저수지와 계곡이 유명한 지방 도시 ‘진평’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 동갑내기인 ‘도담’과 ‘해솔’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인데요. 이 책……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요?
🔎 파헤쳐 보기
– 10~20대를 완벽히 겨냥한 사랑 이야기?
– 피폐한 사랑 이야기가 인기가 있다? (예: 구의 증명)
– 현실적인 사랑 vs 비현실적인 사랑?
이 책은 특히 10~20대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도담과 해솔이 열일곱 살에 만나 사랑하고, 또 헤어지며 사회로 나아가기까지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사랑의 양상이 굉장히 섬세하게 잘 묘사되어 있거든요. 한편으로 요즘엔 피폐하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인기가 있나 싶어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읽기를 멈추고 싶은데, 또 흡입력이 굉장해 그럴 수 없는 그런 작품이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최진영 작가님의 『구의 증명』이 있지요. 당연히 마케팅부에서도 역주행 이유에 대해 갑론을박을 나눴는데요. 어떤 분은 둘의 관계가 너무 얽히고설켜 있어비현실적이다라고 한 반면, 오히려 그래서 현실 연애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꼽아 본 이유는요…….
1. 술술 읽힌다. (이지 리딩)
2. 연애를 하거나 관계를 맺으며 받게 되는 상처, 사랑, 그리고 성장에 대한 묘사가 공감된다.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술술 읽힌다는 것! 역시 사랑 이야기가 최고죠. 둘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의 고통에 몸부림을 치면서도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해 책장이 술술 넘어가니 독서 자체가 굉장히 신이 났고요. 무엇보다 이 책이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공감인 것 같아요. 살면서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사랑하고, 그 안에서 또 상처를 받고, 또 성장하잖아요.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관계를 맺으며 느끼는 것들, 그리고 맞이하게 되는 변화를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 #청춘 #성장 #관계 키워드에 관심이 있는 독자님이라면 추천드려요!
그럼 책 속 문장들을 살펴볼까요?
📘급류 맛보기
“너 소용돌이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 줄 알아?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32쪽에서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 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 100쪽에서
“한번 깨진 관계는 다시 붙일 수 없다고 하는 건 비유일 뿐이야. 이렇게 생각해봐.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헝클어진 거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 252쪽에서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 280~290쪽에서
💬 여러분은 『급류』 어떻게 읽으셨나요?
감상평 혹은 역주행 이유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나눠 주세요. 🙂
비하인드 썰을 하나 풀자면…… 독자층 중 30대의 구매율이 제일 낮았는데요.
이에 대해 회의 중 “왜냐하면 30대면 진작에 헤어졌다~”라는 명언이 있었답니다. (ㅋㅋㅋㅋㅋ)
저의 책갈피는 역시 막 출간된 『페미사냥』입니다! 서브컬처와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분석이 왜 ‘먹고사는 일’을 다루는 것만큼 중요한지 짚는 데서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고요. 오타쿠가 되지 못하는 저로서는…… 책에서 다루는 서브컬처, 오타쿠의 욕망 부분이 무척 재미있고 유용했어요. 남성향 오타쿠 세계에서 ‘페미 묻음’이 어떻게 존재론적 타격이 되는지, 페미사냥이 어떻게 유머가 되고 인정으로 이어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의 영향을 받은 독자 분들이라면 3장 ‘여자 일베 만들기’도 재미있게 읽으실 거예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지친 일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게 되는 책입니다.
과연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요인이 일자리, 임금, 주거, 재생산과 같은 ‘먹고사는 일’뿐일까? 이러한 한계에 대응해 나는 취미와 소비, ‘덕질’,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처럼 ‘노는 일’에 몰입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 줄곧 무시당하고 폄하되어 왔다는 사실을 짚고 싶다. 여기에는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팬 활동보다는 현실의 관계가 더 가치 있고 중요하다는 위계 역시 작동한다. 게임에서 여성을 희롱하는 시나리오가 사라져서, 내가 속한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에 조롱당하는 게 싫어서 집단 행동에 참여했다고 말하기보다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에 분노했다고 조장하는 쪽이 훨씬 쉽고 명분도 선다. 이미 마련된 사회적으로 더 익숙하고 떳떳한 질문과 대답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진짜 현실과 욕망을 보려면 더욱 명료한 문제설정과 대상을 분석하기 위한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레터를 쓰는 화요일 저녁,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김미례 감독의 「열 개의 우물」을 보았어요. 인천의 만수동, 화수동, 십전동에서 노동운동, 빈민운동, 탁아운동(육아를 사회화하자!) 등을 했던 여성 활동가들을 찾아가 인터뷰한 다큐멘터리인데요. 방직공장 노동자로서, 교육자로서, ‘학출’로서 공장과 탁아소와 책방에서 만났던 활동가들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를 바꾸고 주위를 돌보며 살고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주요 출연자인 안순애 활동가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빨간 머리에 선글라스를 끼고 당시를 회상하며 “씨팔!”을 시원하게 내뱉는 모습에요. 그는 오랜 노동운동에 지쳐 충청도 농촌으로 향하는데요. 그곳에서도 동네 최초의 여성 이장이 되어 군청에 찾아가 동네 할머니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농민 운동을 이끌게 됩니다.
상영 후 이어진 GV에서 인류학자 김현미 선생님은 ‘여성들이 활동가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질문하며 여성들의 사회운동은 동료들, 아이들을 돌보고 생활을 가꾸는 것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짚어 주셨어요. 이야기를 들으며 연구자이자 ‘오타쿠’로서 나의 놀이 공간과 일상을 바꾸기 위해 연구하고 활동하는 이민주 선생님도 생각났답니다.
출판사가 출간 이후 북토크를 기획하듯 「열 개의 우물」 상영 후 다양한 대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요. 손희정 평론가와의 인디토크 기록도 남아 있네요. 어느 때보다 동력이 절실한 지금, 1970~1980년대 운동을 시작한 여성 활동가들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일은 큰 힘이 되었어요. 선배 활동가들이 말하는 운동의 ‘재미’와 그들의 현재가 궁금한 분들은 영화가 내리기 전에 찾아 보시기!
💌 <괴물들> 궁금하던 책이었는데! 세영님 감사합니다 🙂
💌 아침에 침대에 누워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다 한편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고서야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ㅎㅎ 기온이 떨어지는 걸 핑계로 이불 속에서 움츠려있길 계속하는 계절인 것 같아요. 날씨가 추워지는 만큼 따뜻한 일이 각자 일상에 많이 있길 바라요~ 이번 편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