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e%$ 님, 《한편》을 같이 읽어요! 여러분, 다들 괜찮으신가요? 한 주 내내 어마무시한 날씨네요. 주로 집과 회사만 오가는 저는 출퇴근 시간을 넘기면 다행이지만, 야외 작업 필수인 직종에 몸 담으신 분이나 폭우로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분들 소식을 들으면 천둥번개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요.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도 괜찮으니 모두 비 피해 조심, 또 조심입니다!
우르르 쾅쾅 바깥 상황을 애써 차단 중인 저의 요즘 지상 과제는 책 읽을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인데요. 취미 독서를 한다, 안 한다를 넘어 이제 정말(real) 책을 봐야 하는 때가 왔기에…… 퇴근길을 일직선으로 따라가며 잠시라도 책을 읽고 있어요. 걸으면서 책 보면 위험하지 않느냐고요? 핸드폰 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자기합리화) 위험과 민망함보다 마감 다급함이 커지면 모든 일이 가능한 것으로……? (자기합리화222)
사실 책은 정적인 상태로 볼 때 더욱 잘 읽을 수 있을 텐데요. 걸으며 책 보는 저의 현실 1 외에 물에 잠겨서도 편히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북 출간 대기 중인 현실 2를 전하고 싶습니다.
민음사에서는 2018년부터 매해 여름 “작고, 가볍도, 젖지도 않는 워터프루프북”을 펴내고 있어요. 올해 워터프루프북은 《한편》 팀이 준비했답니다.
새벽 편집자님이 #실패하고다시시작한기록 #성장서사 #두려움과자부심을 키워드로, 제가 #도파민중독탈출 #가상이미지의허약함과강력함 #살아있는이야기듣기를 키워드로 《한편》 여섯 편씩을 추려 각각 『내가 되는 연습』, 『스크롤을 멈추면』을 꾸려 보았어요. 장맛비에도 태풍에도 젖지 않는 책은 다음 주 중 만나 보실 수 있어요! ?
두 손 가볍게 보내고 싶은 여름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면, 그건 나를 위한 책이어야 좋겠어요. 욕조에서도 해변에서도 읽을 수 있는 워터프루프북에 올해는 내가 되는 연습을 하는 이야기들을 띄웁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 한번 쉬어가는 여름을 맞아서요.
내가 되는 연습이란 뭘까요? 저는 『데미안』을 생각합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사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자문하는 첫 구절을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 넓은 세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아 가는 일은 간단하지가 않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뭘 해야 하는지를 알아내기란 더욱 어렵습니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 욕망에 내가 충격받고, 솔직해지려고 마음먹자 눈물이 솟아나고……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지만, 나로 살아가기 위해 연습하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요. 이 어렵고 또 중요한 연습을 인상적으로 수행한 사람들을 찾아봤어요.
― 신새벽, 「편집자의 편지」,
워터프루프북×한편 『내가 되는 연습』 중에서
여러분의 상반기는 어땠나요? 저는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 소식에 혼란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파민 중독용 숏폼 콘텐츠와 정보값 ‘0’의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노이즈 정보, 플랫폼이 한 차례 걸러내 겉보기에 멀쩡한 온갖 이미지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사지를 허우적댔어요.
팬데믹이 휩쓸고 간 지구촌 세상, 엄지로 쉭-쉭 넘겨 본 스크린 속 세상살이는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멀끔한데,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과장된 느낌을 줍니다. 이것이 진짜인가? 모두 이렇게 제대로(혹은 미쳐서) 살고 있단 말인가? 눈을 슥 비비고 진짜 사람이 있는 곳에 가 보면 들리는 이야기는 거칠고 침울합니다. 전쟁이 일어났고, 고꾸라진 경제가 언제 좋아질는지 알 수 없고, 아픈 이들은 온몸을 던져 무언가 잘못됐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을 나누고 머리를 맞댈 창구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 맹미선, 「편집자의 편지」,
워터프루프북×한편 『스크롤을 멈추면』 중에서
워터프루프북이 궁금하다면 위 영상을 클릭!(작년 버전) ?️
여름의 책 워터프루프북만큼 책의 내용보다 책의 물성, 물성을 통한 체험이 강조된 ‘책’이 있을까요. 해변가나 수영장 혹은 욕조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며 책을 읽는 핀터레스트 속 이미지를 현실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케터의 마음을 담아 기획한 책이 바로 워터프루프북이었는데요. 2018년부터 지금까지 벌써 7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올해는 인문학 부흥을 꿈꾸는 편집자들의 염원을 담아 인문잡지 《한편》의 이야기들을 가려 뽑았어요. 매호 주제 아래 깔끔하고 일목요연하게 묶여 있던, 조금은 딱딱하고 어려운 글들을 방수 종이와 약간의 광기를 담은 표지로 담아내니 색다른 의미와 재미가 드러나 흥미롭습니다.
결국 ‘맥락’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여름입니다. 가끔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디에, 또는 누구와 있느냐가 우리의 운명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닐지 하고요. (갑자기요?) 아무튼 여름의 워터프루프북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독서의 맥락을 제공하길 바라요. 총총.
『내가 되는 연습』의 편지를 읽으니 솔직해짐으로써 ‘나’를 찾는 데에 도움을 얻(고 싶)었던 지난 대화들이 생각나며 눈물이 핑 돌아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내려놓은 차에 『스크롤을 멈추면』의 편지를 읽고 숙연해졌고요. 습기 가득한 날에도 거뜬한 워터프루프 《한편》 앤솔러지를 기다리며, 저도 독서의 맥락을 공유해 봐요.
저는 어제 ‘잠’에 대한 《릿터》 49호(8월 출간 예정??) 커버스토리 원고를 읽다가,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능력, 어느 무엇에도 빼앗길 수 없는 자유는 잠에서 나온다.”라는 레비나스 연구자 강영안 선생님의 글을 보고 위안을 얻었어요. 요새 정말 많이 자고 있거든요……. 혹여 다른 무언가를 위해 잠을 미뤄두려는 분들이 있다면, 오는 잠을 맞으시기를. 잠으로써 자유를, 새 출발을! (직장인 독자 분들은 수요일 아침 출근길에 편지를 열어 보시겠죠……)
레비나스의 잠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강연록『시간과 타자』를 읽어 보는 중인데요. ‘존재함의 고독’이라는 강의에서는 타자와 접촉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내밀하고 사적인 나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존재의 고독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독립’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네요. ?
고독의 아픔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우리가 결코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진부합니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들과 사물들에 에워싸여 있으며 이것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시각, 촉각, 공감, 공동 작업 등을 통해 우리는 타자와 함께 존재합니다. 모든 관계는 타동사적입니다. 나는 어떤 대상를 만집니다. 나는 타자를 봅니다. 하지만 나는 타자가 아닙니다. 나는 완전히 홀로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안의 존재,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 나의 존재함은 절대적으로 자동사적인 요소를 구성합니다. 여기에는 어떤 지향성도, 어떤 관계 맺음도 없습니다. 모든 존재자는 서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존재함’은 교환할 수 없습니다. 존재는 이런 의미에서 존재함에 의해 스스로를 고립시킵니다. 내가 존재하는 한, 나는 단자입니다. 내가 문도 없고 창문도 없는 단자로 존재하는 것은 ‘존재함’ 때문이지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어떤 내용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만일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 내용이 보다 내밀하고 사적인 나의 존재에 뿌리를 두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내 인식의 확장이나 자기표현 수단의 확장은 나의 ‘존재함’과의 관계, 곧 가장 내적인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엠마누엘 레비나스, 강연안·강지하 옮김,
『시간과 타자』(문예출판사, 2024) 중에서
? 성인이 되고 벌써 유권자로서 몇 번의 권리를 행사했지만 항상 정치는 나와는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요. 최근에 읽은 《릿터》 47호에서 길게, 이번 《한편》에서는 짧게. 공통점이라면 둘 다 너무 무겁지 않게 정치 이야기를 다뤄주는 게 정말 반갑고 좋습니다. 《한편》이나 《릿터》는 편식 독서를 하는 제게 정말 빛과 소금 같아요.ㅎㅎ 늘 신경써서 레터 적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운 여름 힘내세요!
? 한편 팀이 《한편》이나 다른 책 북토크 기획을 위해 저렇게 많은 책을 읽는다는 사실에 매번 놀랍니다. 읽으면서 즐겁기도 하지만 업무로 인해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평생에 걸쳐 독서를 가장 좋아하는 취미로 둘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업무적으로’ 읽을 책은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북클럽 인기작 『교정의 요정』이 북샵에 풀리길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그 언덕에는 얼마나 많은 황금이』에 대한 한솔의 글이 특히 와 닿았어요. ‘쿨리’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았거든요. 어째서 이들의 존재는 모든 문화 장르에서 사라진 존재였는지, 의아했어요. 패데 때부터 쌓여진 ‘책탑’을 좀 없애고 난 다음에 차분히 읽어봐야겠어요. 이번 화도 수고 많았습니다.
? 페미사냥 응원 담벼락 너무 좋아요! 서로의 존재와 연대를 감각하며 용기 있게 살아야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네요.
? 어떨 때 책을 읽냐는 질문에 뜨끔했어요. 한동안 육아로 너무 바빠서 책만 잔뜩 사놓고 읽지 못했거든요. 여름 휴가에서 책을 읽었던 과거가 전생처럼 느껴질만큼 여름 휴가도, 독서도 한동안 제겐 없는 것처럼 살다가 이번 편지를 받고 오늘 밤은 꼭 육퇴 후 책을 읽으리라 다짐하게 되네요! 한편으로 인해 책을 놓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활자가 알아서 움직이길 기대하지만, 손에 쥐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 라는 말이 시 구절 같아서 속으로 몇 번 소리 내어 읽어보았어요. 손에 쥐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의미심장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