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탐구 시리즈 신간 표지 첫 공개

 

 

나의 첫 온라인 세상은 어땠을까
이 편지를 구독하고 계시다면 지난 6월 《한편》 편집부가 처음 선보인 인문 시리즈 탐구에 대해 알고 계시겠지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공개한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을 시작으로 『철학책 독서 모임』,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까지 세 권을 나란히 출간하고,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께 내용을 소개하는 레터를 띄웠었지요. 오늘은 겨울 초입에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잇는 탐구 시리즈 신간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들을 이야기하는 강렬한 세 권입니다.
오는 12월 초 출간될 신간의 탐구 키워드는 ‘미디어 환경’, ‘정치와 약속’, ‘이동의 위기’입니다. 키워드를 보았을 때 어떤 내용일지 짐작가는 바가 있으신가요? ‘탐구’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빨간색 양장, 그 가운데를 채운 강렬한 이미지를 함께 보면 또 어떤 느낌이 드나요?
다른 두 권의 내용을 차차 전해드릴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온라인 사회에서 성인과 아이들이 공존하는 법을 탐구한 책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온라인 세상은 새로운 자극과 즐거움만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어린이 청소년이 머무는 온라인 공간을 오래도록 연구해 온 김아미 연구자의 시선에는 어두운 얼룩이 잔뜩 걸려 보입니다.
온라인 세계에 첫발을 내딛은 아이들을 도와 줄 손길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른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핸드폰을 늦게 접하면 된다고 단순하게 답할 수 있나요? 이런 막연한 우려 속에서, 저자는 자신이 만난 아이들도 온라인 세상의 명암을 알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안전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도 함께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스마트폰의 까만 화면에 빠져 있는 것 같겠지만, 우리는 까만 화면 속 밝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어요.”
‘청소년의 미디어실태’를 발표한 수민이가 한 이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문득 명절 때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고 아이들을 구박하는 친척 어르신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걱정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을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수민이가 온라인 세상의 위험과 어두운 면을 몰라 ‘밝은 세상’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밝은 세상’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지금의 아이들에게 온라인은 확실히 오프라인 공간 이상의 힘을 가진 생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알아 가고 갈등을 겪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며 일상을 살듯, 온라인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매일의 삶을 살아간다.
― 김아미, 「프로필에서 나를 숨겨야 한다」,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온라인 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온라인 친구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시나요? 트위터 친구나 인스타 친구, 블로그 이웃이 성인이 아니라는 상상을 해 보신 적은 있나요?
오프라인의 나와 온라인의 내가 긴밀하게 연결된 속에서 생활하는 저는 온라인 세상의 잔혹함을 종종 목격하고, 또 경험합니다. 댓글 창에서 서로가 서로를 재단하고 재판하려 들 때, 소위 ‘어그로’를 끄는 발언이 난무할 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때 저는 인터넷을 잠시 끕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간 ‘핫플’이나 직장 동료와 방문한 예쁜 카페에, 혹은 혼자 길을 걷다 본 아름다운 것에 반응해 금방 인스타그램에 접속합니다. 인스타 스토리에 순간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지요. 더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운 저는 자신을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내보이며 즐거움을 누립니다.
아이들은 이미 온라인 세상에 가짜 뉴스와 ‘사이버 렉카’, 폭력과 거짓이 난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전한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악플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고민하고, 온라인 범죄의 피해자가 된 친구를 도와줄 어른이나 기관을 찾고, ‘좋아요’를 누르는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힘을 보탭니다. 이 책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당사자와 만나며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살펴 온 김아미 연구자가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합니다. 바로 온라인에서 단단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말이지요.
“까만 화면 속 밝은 세상”이라는 표현과 함께 제가 처음 만난 온라인 세상을 떠올려 봤어요. 저의 첫 온라인 활동은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에게 메일 쓰기였어요. 방과후 집에 돌아와서 움직이는 편지지들을 들여다보며 황홀해하고 신중하게 골랐던 기억이 나요. 친구에게 메일 보내기를 좋아했던 어린이는 자라서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업무 메일을 쓰는 어른이 되었네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열심히 꾸미고, 친구들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러 가기도 했어요. 어느 친구의 대문글에서 저를 저격하는 문구를 봤을 때 느낀 당황스러움과 수치스러움 같은 것이 뒤늦게 떠오르기도 하네요.
『온라인의 우리 아이들』을 쓴 김아미 선생님은 2005년과 2010년대 후반, 2020년대에 어린이 청소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해요. 저의 경험은 2005년과 2010년 만났던 어린이들의 경험과 겹쳐질 것 같은데요.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 태어나 자란 어린이들의 온라인 세상은 훨씬 화려하고 더 황홀할 것 같아요. 오프라인을 매개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곧장 시작되는 관계도 생기고, 온라인 세상의 영향력이 막대해진 만큼 어두운 면도 많을 테고요. 어린이들이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온라인 세상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일지 궁금해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다음, 온라인 공간을 어떻게 함께 가꿔 나갈지 이야기해 봤으면 좋겠어요. 어른과 어린이가 만나 함께 온라인 세상을 바꿔 가기로 약속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음 레터에서는 ‘정치와 약속’을 탐구하는 정치학자 조무원의 『우리를 바꾸는 우리』로 찾아올게요. 올 한 해 탐구 시리즈 저자들이 총출동하는 동계 학술대회 ‘우리의 세계 탐구’ 포스터도 함께 띄웁니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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