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한편》 9호 ‘외모’ 표지 대공개

 

 

곧 여러분을 찾아갈 한편
유독 이른 올 추석에는 백 년 만에 가장 둥글고 완전한 보름달이 떴다고 하는데, 다들 구경하셨나요? 《한편》 편집부는 명절 후유증을 딛고 여러분께 곧 선보일 9호 막바지 작업 중이랍니다. 
이번 9호의 주제는 ‘외모’입니다. ‘외모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나로 보이고 싶고 무엇으로 나를 내세우려 할까?’ 편집부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질문들이에요. 얼굴, 패션, 성형, 아바타를 주제로 한 글에서 외모 자본을 활용하는 TV와 SNS 이야기까지, 겉모습에 관한 다양한 글을 준비했어요. 단지 개인의 취향에 그치지 않는 외모의 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첫 기획 회의 후 삼 개월 동안 화려한 얼굴, 몸매, 이미지를 평소보다 더 의식하며 사느라 머리가 아팠어요. 사람 얼굴은 따져도 물건 생김새는 별로 안 따지는데……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말고 예쁘다란?’을 시선 가는 곳마다 적용하며 제 안의 엉킨 실타래와 빈 부분을 발견했죠. 깔끔 반듯하게 떨어지는 앞표지의 표제어를 보니 무수한 아름다움의 기준과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복닥복닥한 이야기가 말끔히 단장된 듯해요. 정말 마감만 남았네요!
세상에 ‘외모’보다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을까요? 바로 아래 ‘보고 보이느라 정신없는’ 편집자님이 9호 주제로 ‘외모’를 제안했을 때부터 외모 생각뿐이었습죠.  2021 스스로넷 청소년디자인제작전문그룹에서 만든 서체를 쓴 표지 시안을 보자 살맛났구요. 오와 모가 벽 하나를 두고 대화하는 모습 같지 않나요? 

무신경한 외모 지적도 지치고, 영혼 없는 외모지상주의 비판도 지겹기 때문에 인문잡지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이번에도 열 편이나 모았는데요. 때는 F/W 룩북이 쏟아지는 가을…… 가을옷을 입고 싶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가운데 패션과 내면이 어떻게 변증법적 관계를 이루는가에 대한 깨달음이 눈앞에 보여요.(마감 직전이라는 이야기) 

외모 하면 떠오르는 복잡 미묘한 감정과 생각이 오묘하게 잘 담겨 있는 표지예요! 9호의 시작 즈음에는 ‘얼평’ ‘몸평’ 아니고 외모지상주의 비판 아니고 외모 강박 고백 아닌, 외모에 관한 이야기를 열 가지나 엮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어느덧 열 편의 글이 (거의) 완성되었고, 외모에 대해 무조건 침묵하거나 외모지상주의라는 큰 덫에 빠지지 않고도 외모를 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어요. 마감을 해야 이걸 독자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을 텐데요…… (할 수 있…… 다…… 할 수 있다!)
이번 호를 만들며 ‘외모’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데 새삼 놀랐어요. 저는 버릇처럼 “귀엽다” “예쁘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본격적으로 외모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기를 경계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앞서 편집자님들이 말한 그런 외모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겠지요. 이제서야 외모라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맞닥뜨려 본 것도 같아요! 

 

외모와 함께 저는 소통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소통은 얼굴을 보이는 것인데 종종 그게 한없이 부담스러워서 몸을 숨기곤 합니다. 이 부담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드러내고 소통해야 할까요? 눈앞의 마감…… 과 함께 답을 찾아보고 있어요.

나를 치장하는 일, 선물 포장, 음식 플레이팅 등 모든 보여지는 것들의 중요성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보기 아름다운 것에 쉽게 홀리곤 합니다. ‘사람들은 무엇을 보여 주고 또 감추고 싶어할까? 그리고 무엇을 보고 싶어 할까?’ 하는 의문을 안고 고통뿐일 것만 같았던 주제를 마주했어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여 주려는 사람들, 이에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판단을 보류하는 사람들…… 그런 복잡한 마음에 다가서는 한편입니다. 여러분도 통통 튀는 색상과 단정하고 둥근 서체의 대비에 함께 홀려 보아요.
턱과 엉치뼈 통증으로 온갖 환우가 모인 인터넷 카페를 들락날락하는 요즘…… 피부과에서 여드름을 짜며 서럽게 울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제 제 삶에서 외모 가꾸기의 존재감은 건강 가꾸기보다 훨씬 희미해졌지만, 흐린 기억 속 찌릿한 통증만큼 시큼한 맛이 날듯한 이번 호는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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