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나 너 우리의 콘텐츠

 

 

한편×탐구 설문 결과 대공개
한편을 같이 읽어요! 요즘 여러분을 스치고 간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저는 잠시간의 격리 생활 동안 무려 시즌 6짜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를 정주행하기 시작했어요. 비록 시즌 1에서 멈춰 있기는 하지만 평소 안 보는 장편 드라마에 도전한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었죠. 콘텐츠 트렌드를 따라가고자 H 기획사에서 새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찾아보거나 의뢰받은 글을 쓰려 ‘숏폼 콘텐츠’에 관한 기사를 여러 건 읽기도 했고요.
애착을 갖고 오래 본 콘텐츠는 단연 여러분이 보내 주신 《한편》×탐구 설문 조사 결과였어요. 제법 많은 주관식 문항을 포함한 조사였음에도 의견을 꽉꽉 채운 130통의 응답지가 들어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띄우는 편지에 대한 회신 같네요! 《한편》 ‘콘텐츠’ 공개 세미나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결과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 내용을 공유해 드려요.
  결과 1. POWER 콘텐츠 소비러  
첫 질문으로 여러분이 스스로를 ‘콘텐츠 생산자·유통자·소비자’ 중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봤어요. 복수 응답을 허용한 이 질문에서 눈길을 끈 결과는 단 한 분을 제외한 모두가 자신을 ‘소비자(또는 소비자이면서 생산자, 유통자)’라 말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러고 보면 《한편》 편집부도 스스로를 소비자이자 유통자이자 생산자라 생각하고 있으니, ‘소비자’를 기본값으로 삼는 응답은 당연한 결과였을지도요. ‘생산자’에만 체크해 주신 분의 의견이 궁금하기도 해요!
결과 2. 즐겁지만 괴로워  
두 번째, 네 번째 질문은 콘텐츠의 어감과 정의에 관한 것들이었죠. ‘콘텐츠’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몇 가지 선택지를 드렸는데요, 대부분 ‘재미있는 즐길 거리’(63.8%)라는 답해 주셨어요. 한편 응답자의 3분의 1가량(26.2%)은 ‘혼란함’을 표했습니다. 이런 반응은 “지금은 콘텐츠 시대다!”라는 말을 보면 ‘골치가 아프다’, ‘나만의 콘텐츠가 없어 자괴감이 든다’라고 해 주신 분들의 반응과 통하는 면이 있어 보여요.
과거에는 콘텐츠가 ‘작품의 목차, 내용’을 의미했지만, 열 분 정도(7.7%)가 이 클래식한 정의에 손을 들어 주셨어요. ‘디지털 세상의 정보물’이라는 사전적 정의는 서른 분(23.1%)이 선택해 주셨지만, 대다수(69.2%)는 ‘모든 것이 콘텐츠’라고 답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만큼 크다면, 많은 소비자가 넘쳐나는 콘텐츠 사이에서 갈 곳 잃은 느낌을 받는 것도 당연하겠어요. 두꺼운 ‘벽돌책’도, 커뮤니티의 ‘썰’도, 무심코 올렸다 화제가 된 흔한 ‘이미지’도 모두 같은 지평에 놓이는 셈이니까요.
결과 3. ‘콘텐츠’ 탐구 거리 한가득 
“콘텐츠에 관해 무엇이 궁금하세요?”라는 물음에는 다채로운 응답이 돌아왔어요. 《한편》 편집부에서는 다양한 ‘콘텐츠’ 탐구 주제들을 크게 1. 콘텐츠의 의미와 형식 2. 콘텐츠 생산과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3. 콘텐츠 트렌드 파악과 바람직한 소비에 대한 고민으로 분류했답니다. 바야흐로 콘텐츠 시대라는 점에서 ‘평생을 콘텐츠 소비자로 살아 왔지만 가끔은 생산자가 되고 싶다’라는 솔직한 고민과 ‘나만의 콘텐츠는 뭘까? 발굴 및 개발, 구현 방법, 플랫폼’ 등 전방위적인 궁금증이 인상적이었어요.
《한편》 8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보이는 것들도 있었어요. 첫 번째 주제 특히 콘텐츠라는 말의 변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조영일 평론가의 「콘텐츠 시대의 예술작품」을, 세 번째 주제 중에서도 나만의 콘텐츠 선택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께는 정민경 기자의 「’되는 이야기’ 만드는 법」을 추천드립니다.
헉헉… 결과의 일부만을 정리했는데도 ‘콘텐츠’가 넘쳐 나네요. 미처 다 담지 못한 ’11호 주제 정하기’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요. 다른 편집자 분들은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며, 또 현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콘텐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담아 보려고 했던 8호 책거리 같았던 8호 세미나가 끝났습니다. 콘텐츠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까지 콘텐츠라고 불러도 되는지, 어떤 콘텐츠가 돈이 되는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인지, 그야말로 콘텐츠에 대한 콘텐츠들을 한참 살펴보고 나서야 저는 콘텐츠에 조금 초연해졌습니다. 이제는 놓치는 콘텐츠가 있을까 전전긍긍하지도 않고, 숙제처럼 밀린 콘텐츠 목록을 보며 한숨 짓지도 않아요. 제가 소비하고, 또 생산하고 싶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선택하는 힘을 기르는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정신없이 9호를 만드는 중에도 11호 주제를 고민하는 편집자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독자 분들의 제안은 11호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그 주제에서 저는 또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게 될까요? 주제를 정한다는 건 늘 설레고 즐거우면서도 그만큼 고통스럽지요.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가 즐겁게 만든 콘텐츠는 반드시 글에 드러나 전달된다고 믿고요. 그러니 우리 다음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즐겁게 나눠 봐요!
소중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 주는 그래프를 보니 지난 행사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한편》 세미나에 이어 다음 날 인문잡지 만들기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종이잡지클럽×한편×교차의 행사 ‘인문잡지를 만들어서 어쩔 셈이야?’도 열었는데, 그때의 솔직하고 진지했던 이야기 도 되새기게 되고요. 《한편》 출간 후 매번 공개 세미나를 통해 독자분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지난주만큼 앞에 나서서 가까이 또 깊이 만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들 때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에요!
이렇게 《한편》의 주제들은 잡지와 편집자들을 새로운 단계로 이동시키기도 하는데요. ‘이동’이 11호 키워드 후보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그래서 11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동료들과의 대화의 끝에는 늘 키워드 토크가 마침표처럼 덧붙고 있어요.
맞아요, 온라인 세미나 외에도 종이잡지클럽, 읻다 출판사와 함께한 오프라인 행사가 있었죠! 온라인 세상에서 콘텐츠 이야기를 실컷 하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니 8월이 불타는 행사 주간인 것이 실감 나네요.  두 행사 모두 발표자로 나선 ‘내용 형식 탐구’ 편집자 님의 감회가 남다르실 듯해요.
행사도 재미있고, 행사 후기도 재미있어요. 민음사TV 카피 그대로 ‘책보다 재미있는 책 이야기’예요. 저자가 아니라 편집자가 나서는 공개 세미나, 전국의 동네서점에서 만나는 북토크, 다른 출판사와 함께하는 대담을 치르면서 저는 글로 다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말로 풀리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풀려난 이야기는 훗날 좀 더 좋은 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기획 중독)
종이잡지클럽에서 남겨 주신 멋들어진 행사 후기도 같이 읽어요. 세상의 모든 종이잡지 수집가이자 종이잡지의 마스터의 가이드는 이렇습니다. “인문학에 관심이 생기신 독자라면 인문잡지 《한편》에서 시작하여 민음사의 ‘탐구’ 시리즈를 거쳐 《교차》 매거진까지 한번 도달해보시는 것도 좋은 여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읽다가 지루해지면 덮고 유튜브를 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것처럼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이 후기에서 인용된 책이 민음사에서 출간된 소중한 비평서라는 점에서도 놀랐죠!
어쩜 “《한편》에서 ‘탐구’까지”라는 문구와 잘 어울리는 후기네요! 저는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인문잡지 《한편》, 단행본 ‘탐구’ 시리즈, 《한편》의 온라인 뉴스레터와 ‘기록하는 한편’ 등 굿즈, 온오프라인 행사 등 한편 유니버스라 이름 붙일 만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씩 떠올렸어요. 이렇게 후기를 정리하고 보니 한편 유니버스 옆에 든든한 동료 같은 서평 잡지 《교차》가 보이고, 다시 나의 생산 체계로 들여와야 하는 인문 서적들도 눈에 들어오고, ‘요즘 콘텐츠’ 유튜브도 지금보다는 더 친근한 시선으로 대하게 됩니다.
불안감과 초조함 끝에 행사를 진행하는 당일에는 그 무엇보다 우리 곁의 콘텐츠를 어울려 즐기고 고민하는 독자 분들의 존재를 더 생생히 느끼게 돼요. 이번 세미나 역시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남겨 주신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고요.
여러분과 함께한 ‘콘텐츠’ 탐구로 저는 콘텐츠 시대의 혼란함이 좀 더 걷힌 느낌이 들어요. 콘텐츠 공개 날의 즐거움으로 자괴감을 상쇄하며, 《한편》 편집부는 10호 준비와 ‘탐구’ 북토크를 향해 나아갑니다. 가까이서 또 멀리서 콘텐츠 여정을 함께해요.
민음사
1p@minumsa.com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길 62 강남출판문화센터 5층 02-515-2000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