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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그린 카툰 『이 광고는 망했어요』
한편》을 같이 읽어요! 먼저 이 메일을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의 편지가 메일함의 수많은 메일들 틈에 걸러지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반면 오늘 소개해 드릴 책 『이 광고는 망했어요』 표지 속 광고는 도로를 달리는 차 안 운전자로부터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것 같아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그것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라는 질문과 떨어질 수 없어요. 독자들이 책 내용이 궁금하게 만든다? 책을 펼쳐 보도록 한다? 마케팅은 늘 잘 해내야 하지만 그만큼 알쏭달쏭한 것인데요. 15년간 마케팅 일을 한 톰 피시번의 웃픈 만화를 민음사의 마케터들과 함께 봐요!
지난 15년 동안 그려 온 만화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를 이 책에 담았다. 돌이켜 보니 2002년부터 2017년은 마케팅 역사상 가장 극적인 기간이었다. 내가 마케팅의 변화를 겪으며 이를 습득하는 방식은 만화였다. 나는 이 만화들을 내 나름대로 한 주 동안의 치유 수단으로 여겨 왔다. 마케팅을 희화화하기도 하지만 실은 주로 나 자신을 조소하고 풍자한 것이다. 마케터라면 매번 겪는 지난하고 번잡한 악전고투 속을 헤매는 나 스스로를.

마케팅 일을 할 때보다 더 좋았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잠재 고객을 찾고 연결하는 현란하고 참신한 기술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꼼꼼한 마케팅 사고 체계는 늘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는 못한다. 바로 그 빈틈이 가장 큰 재미를 준다.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마케팅은 마케팅으로 느껴지지 않는 마케팅이다.

― 톰 피시번, 이은아 옮김,
『이 광고는 망했어요』, ‘시작하며’에서
종종 주변에서 출판 마케팅 아이디어를 건네주고는 해요. 솔직히 저에겐 그런 호의가 마냥 반갑지는 않아요. 아무리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들어도 제 머릿속에는 가장 먼저 초 치는 생각들이 스쳐 가거든요. ‘그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현해 내고 리스크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결국엔 누가 총대 메고 실행하는데?’ 혁신의 정원에서 손도끼를 들고 벼르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저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저에게 마케팅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심는 일보다는 다양한 관계와 제약 속에서 근본을 지켜내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어 놓은 아이디어가 잘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뿌리가 뽑히지 않게 지켜 낸다면 언젠가는 뭐라도 해내게 될 테니까요. 간만에 쓴웃음 나오는 만화를 보며 나는 현재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제가 손도끼를 들었다고 너무 미워하지는 마세요. 성장에 도움되지 않는 가지를 쳐내는 일도 하고, 가끔은 누군가가 정원에 심어 놓은 묘목을 잘라 내려고 덤벼드는 사람들에게 손도끼를 들고 대항하기도 합니다. 이 마케팅을 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요. 다만 제 작은 손도끼로는 전기톱을 이겨내긴 버거울 뿐이에요…
톰 피시번의 만화가 유달리 흐릿하게 보이는 건 제 눈물 때문인가요? 공감이 가는 만큼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 최적의 마케터님이 혁신의 정원에서 손도끼를 들고 있는 쪽이라면 저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자진해서 뭉툭하게 만드는 쪽에 가까워요. 새로운 시도를 해 볼까 싶다가도 갖은 리스크를 고려하다가 결국에는 가장 안전한 것들만을 추려서 회의에 가져가곤 한답니다.
이렇게 저는 ‘획기’라든지 ‘변화’라는 단어 앞에서 자주 주춤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세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더라고요.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채널도 정말 다양해졌고요. 지금은 온갖 채널에서 새롭게 쏟아지는 콘텐츠들 사이를 헤집으며 마케팅의 힌트를 찾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를 놀라게 했던 새로움을 제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요. 그리고 ‘이 광고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하고 외치겠다는 다짐도 더해서요.
손도끼를 든 마케터님과 가위를 품은 마케터님의 솔직한 코멘트에 눈앞이 흐릿해졌어요.  ‘손도끼로 가지를 쳐내고 묘목을 지키기도 한다’는 말씀에 감명받아 저도 가위를…… 쥐어 보아요…… 늘 새롭고 트렌디하고 눈에 띄는 쪽으로 향하는 마케팅 흐름이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장기적인 흐름을 놓지 않고 꼼꼼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마케터님들이 있어 든든해요. 덕분에 어느새 한편의 편지가 124번째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어요.
저는 만화가 마케팅의 변화를 습득하는 방식이자 자기 치유의 수단이었다는 작가의 말에 눈이 가요. 『이 광고는 망했어요』에는 신랄한 비판과 자조가 가득한데요, 그럼에도 이 만화가 마냥 슬프기보단 유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가가 마케팅이라는 일을, 그것을 만화로 그리는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요?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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