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와서

 

 

편집자와 마케터의 도서전 후기
한편》을 같이 읽어요! 6월 1일에서 5일까지 다섯 날에 걸친 서울국제도서전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넓고 크고 소란스러운 서울 강남 무역센터에서 다시 조용한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있자니 멍한데요.  간략 후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도서전 준비에서 현장까지, 세 가지 장면이에요.
 유튜브에서 한 ‘콘텐츠’ 홍보
때는 민음사 춘계학술대회 ‘탐구하는 생활’ 행사를 마친 신사동 지하스튜디오. 어쩐지 비장하게 다가오는 마케터.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 그것은 유튜브 출연 제안이었습니다. 예전에 출연을 거절한 적이 있어서 마케터의 표정이 이해되었는데요.  이번에 출연에 응한 건 한참 준비하고 있던 도서전 홍보를 위해서였지만, 막 마감한 《한편》 ‘콘텐츠’ 발간사에 이렇게 썼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문득 산만하게 뛰어들자!” 콘텐츠 시대가 선사하는 만성적인 산만함에 대응하려면, 모든 것을 멀리에서 비스듬히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흐름 속으로 뛰어들어서 생산자가 되자는 제안.
그렇게 산만하게 뛰어들어서 영상 촬영과 편집, 반응을 겪은 후기…… 한마디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속으로 걱정했던 건 화면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 실수를 했다가 인터넷 세계에 영원히 남으면 어쩌나였는데요. 사람들은 영상에 담긴 ‘내용’에 주로 관심을 둔다는 것, 촬영 내용은 PD님이 근사하게 편집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도서전 콘셉트인 소통에 관해 설명할 수 있었고, 그게 도서전 현장에서 잘 구현되었는지에 관해 현장에서 만난 구독자 님들과 소통했던 일이 짜릿했구요.
도서전 첫날 《한편》 북토크
6월 1일 도서전 첫날에는 두 차례에 걸쳐서 《한편》 북토크를 했어요. 첫 번째로는 ‘좋은 콘텐츠 생산하는 법’으로 편집자 셋이 이야기했고 두 번째로는 ‘되는 이야기 만드는 법’으로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님과 함께 이야기했죠. 2년 전 《한편》 ‘세대’ 창간 기념 세미나 이후로 처음 하는 대면 행사. 무척 북적이는 부스에 앉아서 시작하기 직전 오른쪽의 프랑스 부스, 왼쪽으로는 학산과 대원 부스를 건너다보며 생각했어요.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한 만큼 오프라인 북토크의 힘을 생생하게 느꼈는데요. 먼저 글이 아니라 말로만 풀려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을 확인했어요. 저는 ‘콘텐츠’ 호의 맨 앞에 인용한 벤야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질문응답 시간에는 어느새 노래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콘텐츠의 무한 소비로 멍해졌을 때 어떻게 벗어나느냐는 질문에, 소비에서 생산으로 모드를 전환하는 방법이 있고, 노래 부르기도 생산일 수 있다는 답변을 전했어요. 문득 옛날 노래방에서 카세트테이프에 그날 부른 곡들을 녹음해주던 일이 떠오르네요.
정민경 기자님은 ‘콘텐츠’ 호의 화두인 솔직함의 태도로 콘텐츠 전문기자의 일에 관해 들려줬어요. 언론 일에 관심 있는 분들이 특히 궁금해한 ‘되는 이야기 만드는 법’이란 한마디로 새로운 관점을 추가하기인데, 여러 가지 풍부한 사례와 함께 들으니 ‘나도 해볼까’ 하는 기운이 피어올랐습니다. 이렇게 현장의 기운을 서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대면 북토크의 특징인데요. 둘째 날 『나의 덴마크 선생님』 북토크에서는 입시 경쟁으로 힘들어하는 독자님을 정혜선 선생님이 힘껏 안아 주는 모습에서,『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북토크에서는 자살 생각에 관해 질문한 독자님과 리단 선생님이 마주친 눈빛에서 느껴진 힘입니다.
 도서전 첫 책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으로 선보인 ‘탐구 시리즈’의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 학술대회와 민음사TV에서 차례차례 선공개했고 도서전에서 처음 실물을 공개했는데요. 개장하자마자 밀려든 인파 속에서 한 시간 만에 준비한 수량이 매진되자 얼떨떨할 따름이었어요. 부랴부랴 책을 채우기까지 견본으로 비치한 한 권을 많은 분들이 이리 보고 저리 보는 광경에 담당인 ‘덕질로 삶을 충전하는 편집자’ 님과 저의 눈은……
“과학과 친구하자!”라고 활기차게 제안하는 이 빨간책을 여러 분들이 만지작거리고, 선뜻 집어 들고, 가방에 쏙 넣어 가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일요일에 있었던 임소연 선생님의 강연에서는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청중과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나눴구요. 자신만의 문제의식과 제안을 활짝 꺼내 놓는 젊은 연구자들의 ‘탐구 시리즈’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길어진 후기 마무리를 도서전 최고의 스타에게 넘길게요.
안녕하세요 도서전의 슈스입니다. (아님) 편집자님의 깔끔한 후기에 이어 저는 촉촉한 감상을 남겨볼까 합니다. 지난 5일간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인증샷을 찍고 서명을 했습니다. 그것도 무려 밀란 쿤데라, 가즈오 이시구로, 루이제 린저, 조지 오웰부터 김혼비, 정세랑 작가님들의 책 위에 신용카드 결제할 때나 사용했던 자본주의 사인을 여기저기에 새겨드렸죠. (작가님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팔았습니다.)
‘갓생살기’ 2022 국제도서전 영상을 찍고(6월 10일 대공개) 돌아보니 코엑스에서 마지막으로 도서전이 열렸던 2019년 여름은 민음사TV를 막 시작한지 한 달 남짓 됐던 시기였네요. 민음사의 스타 편집자 화진, 기현의 ‘말줄임표’ 코너의 대장정이 시작된 첫 영상이 바로 2019년 국제도서전 영상이었고요. 그때의 영상 반응이 좋아 단순한 광고나 홍보가 아닌 ‘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채널을 만들어야겠다는 제작진의 확신이 더해졌습니다.

그 사이 10만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고 더 많은 편집자들과 마케터들이 민음사TV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지만 사실 2022 도서전 전까지 10만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피부로는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도서전 기간 동안 하루에도 몇 통씩 민음사에서 책 만들고 유튜브 찍는 모든 분들을 사랑하고 응원한다는 손편지들과 언젠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수줍은 고백 그리고도 끝없아 이어지는 환대를 받고 모두들 얼떨떨했습니다. (네, 어쩌면 도서전 한정 슈스가 맞을지도…… ) 앞으로 더 재미있는 이야기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과 책임이 두 배쯤 늘었습니다.

도서전이라는 거대한 행사를 마무리하며 동료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늘 빠듯한 일정과 원대한 포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담당자의 고질병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만들어내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은 10만 유튜브 구독자들 만큼이나 든든하단 것을요. (네, 오늘까지만 좀 취하겠습니다 )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더 즐거운 콘텐츠와 재미있는 이야기로 또 만나요!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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