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중독의 반대 개념 찾기

 

 

맑은 정신? 거리 두기? 건강?

$%name%$ 님, 한편을 같이 읽어요! 지난 레터의 질문은 ‘중독은 영어로 뭘까요?’였지요. 덕분에 중독이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으로 나눠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알쏭달쏭한 중독…… 이번에는 중독의 반대말을 찾아보기로 해요. 

“중독의 반대말은 뭘까요?”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당신이 중독에 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잘못되었다”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중독의 반대말은 ‘맑은 정신’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말했어요.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중독자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그가 놓인 환경과 곁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그 말에 십분 공감하지만, 스마트폰과 분리될 수 없는, 그 기계가 주는 연결을 끊어낼 수 없는 저는 중독의 반대말이 ‘거리 두기’인 것도 같거든요.  늦은 밤 망상에 빠진 마케터님은 중독의 반대말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입장에서 중독의 반대는 ‘온전한 휴식’이에요.
실은 예전에 무언가에 꽤 심하게 중독이 되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쉬어야 하는 시간에도 중독된 행위를 멈추지 못하고 과도하게 했거든요. 하물며 그 행위가 휴식이라고 생각하며 자기합리화하기도 했어요.
후에 중독에서 벗어나 쉬어야 할 시간에 온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때, 비로소 중독에서 해방되었다고 느꼈어요. 비슷한맥락에서거리두기라는말에도공감이되네요

휴식을 가장한 중독 행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한데요……. 중독의 반대말이라면 저는 ‘건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삐딱하게 보고 메타적으로 보고 거꾸로 보는 인문학을 거쳐서도 건강이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네요. 살아 있는 누구나 원하고, 코로나 이래로 더 중요해진 건강이요. 중독 호를 만들 때도 이렇게 일의적인 의미의 건강에 기댔어요. 중독자 주변 사람들이나 멀리에서 비난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중독자 본인도 건강을 원한다…….

그리고 이렇게 이분법 한 쌍을 만들면 곧 예상되는 반론이 있으니 중독 대 건강 같은 개념쌍에 기대지 않고 죽음과 삶을 그리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낮의 집, 밤의 집』이 떠오르네요. 이 책은 1998년 폴란드에서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데, 폴란드 사람들이 이 ‘별자리 소설’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다채로운 죽음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요. 알코올중독이 큰 사회 문제라는 그곳 사회에서 ‘마렉 마렉’의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는지요.

 

마렉 마렉은 자기 안에 새를 품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그의 이 작은 새는 이상하고, 물질적이지 않으며, 이름을 알 수 없고, 그 자신보다 새답지도 않았다. 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것, 즉 대답 없는 질문, 자기가 항상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끌렸다. 그는 무릎을 꿇고 갑자기 절박하게 기도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기도 중에는 아무것도 구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그 말을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그저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자신에게 고통만을 안겨 주는 이 창조물을 싫어했다. 만일 그 존재가 아니었더라면 집 앞에 앉아 자기 집 앞에 솟아오른 산을 바라보며 조용히 술에 취해 갔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해장술로 정신을 차린 다음 그 어떤 생각이나 죄책감이나 결심 없이 다시 술에 취했을 것이다. 이 작은 새는 날개가 있어야 했다. 때때로 그것은 날개로 그의 몸 안을 맹목적으로 때렸고, 철장에 부딪혀 퍼덕이기도 했지만, 그는 그것의 다리가 묶여 있다는 것을, 어쩌면 무거운 것에 묶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결코 날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느님 맙소사, 비록 그는 신을 전혀 믿지 않았지만, 어째서 자기가 자기 안에 있는 이것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이 짐승은 알코올에 면역이 되어 있었고, 언제나 고통스럽게 의식이 남아 있었으며, 마렉 마렉이 한 모든 일과 그가 잃어버린 것, 낭비한 것, 지나간 것, 눈치채지 못한 것 그리고 그를 지나쳐 간 모든 것을 기억했다. 

 
 
 
─ 올가 토카르추크, 이옥진 옮김,
『낮의 집, 밤의 집』 중에서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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