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오늘두 취직을 못해서……

 

 

원조 잉여인간

$%name%$ 님, 오늘도 일터로 떠나시나요, 아니면 지금부터 앞으로도 계속 누워 있을 계획이신가요? 일이란 많아도, 없어도 문제인 법. 오늘은 잉여인간의 원조인 손창섭의 단편 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때는 한국 전쟁 직후, 실업률이 심각하게 높았던 1950년대입니다. 네 명의 청년이 방 하나에서 복닥거리면서 살고 있는데요. 직업도 없고 TV도 스마트폰도 없는 가운데 남자 셋 여자 하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혈서」의 앞부분입니다.

날이 어두워서야 달수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자기네 집이 아니다. 규홍이가 임시로 들어 있는 집이었다. 그것이 누구의 집이건 간에, 달수는 찾아 들어갈 곳이라고는 그 집밖에 없는 것이었다. 공동묘지같이 쓸쓸한 문밖 거리에는 행인도 없었다. 상여 뒤를 따르는 상제처럼 달수는 지금 절망을 앞세우고 풀이 죽어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도대체 언제까지나 이렇게 친구네 집 신세를 져야 하는가? 그는 돌아오는 길에서 날마다 하는 생각을 되풀이해 보는 것이다. 달수는 매일 아침 조반을 치르기가 무섭게 쫓겨나듯 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직자리는 아무데도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진종일 꽁꽁 얼어서 거리 바닥을 헤매노라면, 달수는 몸보다도 먼저 마음부터 견딜 수 없이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거리에 어둠이 오면, 시각을 통해서보다 더 짙은 어둠이 그의 마음을 덮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 되면 어디라 갈 곳이 없는 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규홍이네 집 쪽을 향하고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둡고 무겁기만 한 귀로에서 ‘최선을 다한 나의 노력은 오늘도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는 결론이나처럼 선명하게 의식되는 것이었다. 수포(水泡)라는 통속적 한자어는, 어둠 속에 무수히 떴다 사라지는 물거품을 그에게 거푸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한편 그러한 그의 헛수고는 비단 오늘에 한한 일만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오늘이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출생 이전의 무한한 공간에서부터 이랬고, 앞으로는 또 죽은 뒤에까지도 영원히 이렇게 불행할 것만 같았다.
대문 없는 대문 안에 들어서며, 어쩔 수 없이 이제부터 나는 파멸인가 보다, 라고 신음 소리같이 중얼거려 보는 것이다. 방 안에는 어느 날 저녁이나 똑같은 광경이 달수를 더 한층 피로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올 겨울 들어 불이라고는 지펴 본 적 없는 방 한가운데, 다리 하나 없는 준석은 이불을 쓰고 누워 있는 것이다. 그는 낮이나 밤이나 한 장밖에 없는 이블 속에 엎드린 채 일어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첫째 춥기도 하려니와, 일어나 앉아 그에게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것이었다.
준석이가 누워 있는 발치 쪽으로 취사도구가 놓여 있는 구석에는 돌부처와 같이 창애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놓여 있는 석유풍로와 나란히, 창애는 언제나 그 자리에 그렇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방 안에 들어설 때마다 달수에게는 이러한 풍경이 따분해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절해고도에서 혼자 헤매다가 기진해 쓰러지는 것 같은 심정으로 달수는 아무 데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준석은 자라처럼 목을 빼서 달수를 보고, 그냥 말없이 도로 목을 움츠려 버리는 때도 있지만, 무어라고 한두 마디 얘기를 걸어 주는 일도 있었다. 그런 경우 그 몇 마디가 엉뚱한 도화선이 되어 그들 사이에는 맹랑한 논쟁이 벌어지기가 예사였다. 오늘 저녁도 방금 들아와 앉는 달수를 향해 “어이 무턱, 오늘도 점심 저녁 다 굶었지?” 하고 준석은 노상 아는 체를 했다. 남보다 턱이 짧아 있는 둥 만 둥하다고 해서 그는 늘 달수를 무턱이라고 불렀다.
“오늘두 취직을 못해서…….”
이것이 달수의 대답인 것이다. 자기가 취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달수에게는 누구 앞에서나 죄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달수의 뚱딴지같은 대답에 준석은 실없이 화가 동하는 것이었다. 밥을 굶었느냐고 묻는데 취직을 못했다는 건 무슨 얼빠진 수작이냐는 것이다. 그야 뻔한 일이 아니냐, 네까짓 게 일 년을 두고 싸다녀본들, 누가 똥 싸놓구 간 자리 하나 얻어 걸릴 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달수는 이 말이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한 군데서는 이삼 일 뒤에 한 번 들러보라구 그랬는데, 하고 항변해 보는 것이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준석은 대뜸 이마에 핏줄을 세우더니, 이 자식이 미쳤어? 하고 벌떡 일어나 앉는 것이다. 그러고는 계속해서, 이 민충아, 그래 넌 그 말을 곧이 믿고 있어? 곧장 이삼 일 뒤에는 취직이 될 줄 알어? 어디 배째기 내기라두 할까? 이 멍텅구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 거야, 그렇게 만만히 취직이 될 줄 알어? 하고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이런 때 달수의 얼굴은 그지없이 난처해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울음과 웃음이 반반씩 섞인 운명적인 표정인 것이다. 그러한 달수는 그래도, 너는 공연히 자꾸 나보구 화만 내, 하고는 애원하듯 준석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자 준석은, 이 자식아, 누가 괜히야, 누가 괜히 화를 내는 거야, 그래 이걸 화 안 내구 견딜 수 있어? 네 그 바보 같은 음성만 들어두 오장이 뒤틀리는 걸 어떻게 참는단 말이냐, 하고는 별스레 씨근거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너 같은 건 군대에 나가서 톡톡히 기합을 좀 받구 와야만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날마다 벌벌 떨면서 공연히 취직을 구해 싸다니지 말고 어서 군문에 자원입대하라는 것이다. 군대에 나가기가 싫으면 기피자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달수는 기피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기를 쓰고 학교에 다니려는 것은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군대에 나가기 싫어서 학교에 간단 말이야?”
“그렇지 뭐야, 팔자에 없는 대학을 뭣 하러 다니는 거야?”
“공부하러 다니지 뭣 하러 다녀.”
“공부?”
준석은 그만 어이가 없다는 듯이 미친 사람처럼 웃어 버린다. 그러고는 금세 또 약이 바짝 치솟는 표정으로 대드는 것이었다. 세상에 공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누구나 다 대학교를 나오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하지만, 형세가 미치질 못하니 별수 없이 단념하는 게 아니냐? 군속으로 일선을 편력하다가 한쪽 다리를 호개(중공군(中共軍)에게 먹힌 자기만 하더라도 결단코 공부하기가 싫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대체 네가 대학을 갈 터수냐? 사지가 멀쩡한 놈이 남 위에 얹혀 지내면서 대학은 다 뭐냐, 여러 말 말고 어서 군대에 자원해 나가라고 야단인 것이다.
“그래도 난 꼭 대학을 마쳐야겠는걸. 그러구 나서 군대에 나가두 되잖어.”
“이 자식아, 그렇게두 말귀를 못 알아들어. 어엿이 공부할 처지가 돼서 대학엘 댕긴대문 좋단 말이다. 그렇지만 네가 어디 대학에 댕길 팔자냐 말이야.”
“고학을 해서라도 되레 가난한 사람이 공부해야 되잖어.”
“이 자식이 원, 이게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대갈통야.”
준석은 속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다. 정강이에서 잘라져 없어진 왼쪽 다리를 달수 앞으로 바짝 내밀고 다가앉으며 잡아먹을 듯이 서두르는 것이다.
“이 메주대갈아, 남 다 못 가는 대학을 왜 너만 유독 댕기겠다고 앙탈이냐 말이야.”
“나 말구두 고학생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래.”
“이 자식아 네가 고학생이야? 거지지 무슨 고학생이야. 그래 거지가 대학엘 가? 거지가.”
“그래두 난 정말 대학을 마치구 싶은 걸 어떡허노. 그래야 성공하잖어.”
“이런 맹추 봐…… 성공? 아니 성공이라구?”
준석은 숨이 다 컥컥 막힐 지경이었다. 그는 하도 기가 차서 말을 할 수 없다는 듯이, 목석이나 다름없는 창애 쪽으로 고개를 돌려 동의를 청해 보는 것이다.
“창애야, 이 자식, 이게 아주 멍텅구리지? 형편없는 천치 아냐.”
물론 창애는 아무런 대답도 없는 것이다. 옆에서 벌어진 이 기괴한 논쟁에도 창애는 전연 무관심한 태도였다. 준석은 그만 피곤해지고 말았다.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서 온 피로인 것이다. 이런 멍텅구리하고는 더 떠들어 봐야 소용없어, 괜히 내 입만 아파, 그렇게 중얼거리고 준석은 때에 전 이블 속으로 도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달수는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그 얄궂은 표정으로 이블 속으로 머리만 내민 준석을 원망스러이 내려다보며, 왜 내 속을 이렇게도 몰라줄까, 하고 언제나처럼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달수와 준석은 거의 저녁마다 이와 같이 어처구니없는 토론을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영원히 일치점에 도달할 수 없는 괴이한 논전은 부질없이 두 사람에게 피로를 가져다 줄 뿐이었다.

이 집의 주인 격인 규홍이가 돌어오는 것은 밤 아홉 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그는 저녁마다 불란서어 강습에 나가는 것이다. 문학을 하는 데는 불란서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돌아와서는 늦도록 손가락을 호호 불어 가며 램프불 밑에서 시를 쓰는 것이다. 최근 한 달 동안이나 걸려서 그가 만들어 놓은 시는 “혈서(血書)”라는 것이었다.
혈서 쓰듯
혈서라도 쓰듯
순간을 살고 싶다.
(1연 생략)
모가지를
이 모가지를
뎅겅 잘라
내용 없는
혈서를 쓸까!
이게 규홍에게는 여간 대단한 작품이 아닌 모양이었다. 날마다 한두 구절씩, 혹은 한두 자씩 고쳐서는 다른 종이에 새로 베껴 책상 뒤 벽에 붙여 놓는 것이었다. 이 밖에도 그는 수십 편의 시작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또한 거의 매달 신문이나 잡지에 투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규홍의 시가 한 번도 발표된 일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꾸준히 남의 시를 외우고 또 자기의 시를 썼다. 그것만이 그에게는 최고의 생활인 모양이었다.
규홍은 충청남도 고향에서 면장을 지내는 꽤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었다. 법대를 나와 가지고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하에 그의 부친은 아들을 서울로 유학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부친의 의사와는 반대로 규홍은 국문과에 적을 두고 문학 공부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규홍이가 법률 공부를 하고 있는 줄로만 믿고 있는 그의 부친은 매달 또박또박 하숙비를 보내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코 여유 있는 금액이 아니었지만, 준석을 위시해서, 창애나 달수까지도 그 해택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은 규홍의 식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달수에게는 그처럼 으르대는 준석도 규홍의 앞에서는 한 수 꺾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준석에게는 도대체 규홍이가 문학을 한다는 것부터가 비위에 거슬렸다. 정치, 군사, 실업, 자연과학 같은 부문 외에는 모두 여자들이나 할 일이지, 대장부가 관여할 사업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준석이었다. 그러한 그는 규홍이가 밤을 새우다시피 해 가면서 시를 외우고 쓰고 하는 것이 유치하기 이를 데 없어 보였다. 더욱이 책상 뒤에 붙어 있는 규홍의 시란 걸 읽으면 당장 밸이 뒤틀려서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어이 무턱, 저게 뭐야, 저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야.”
규홍이가 없을 때, 준석은 벽에 붙은 시를 손가락질하며 조소를 퍼붓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에게는, 모가지를 뎅겅 잘라 혈서를 쓴다는 대목이, 무슨 모욕이나 당한 것처럼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모가지를 잘라서 혈서를 써? 모가지를 잘라서 말야, 이 모가지를 잘라서 말야.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내 원 별 자식 다 보겠어. 규홍이 같은 건 일선에 나가서 콩알 맛을 좀 봐야 돼. 검정 콩알이 가슴패기를 뚫구 나가두 모가지를 잘라서 써? 대관절 그게 시야, 그게.”
“현대시란 대개 그런 거야. 신문이나 잡지에두 그 비슷한 시가 왜 자주 나지 않어.”
달수의 변명에 준석은 더 화가 치받치는 모양이었다.
“신문이나 잡지문 젤야. 어이 무턱, 그래 세상에서 신문 잡지가 젤이냔 말야. 신문에만 나문 그게 장한 겐가.”
“그렇지만 교과서에두 시가 있는데 그래. 문교부에서 만든 국정 교과서에두 시가 실려 있어.”
“그건 여자가 지은 시겠지. 아무렴, 정부에서 남자의 시를 다 인정하구 싣는단 말야?”
“아냐, 남자 이름이던데, 남자가 지은 시두 교과서에 얼마든지 있어.”
“이 자식아, 그래 이름만 보구 남잔지 여잔지 어떻게 알어? 남자 이름 같은 여자도 얼마든지 있는 거야.”
“그래두 그 가운데는 남자가 쓴 시두 있다니까 그래.”
“이런 바보 같은 거 봐. 아무렴 정부에서, 남자 대장부가 밥 처먹구 앉아서 미친 소리 같은 시나 쓰라구 장려한단 말야.”
“그렇지만 교과서엔 정말 남자가 지은 시가 있는 걸 어떡해.”
“있으문 당장 가져와 봐라. 남자의 시가 실려 있는 교과설 어디 가져와 보란 말야.”
준석은 마치 싸움하듯 주먹을 다 불끈거리며 대드는 것이다. 그러한 준석도 규홍에게 대해서만은 제 성미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누구를 찾아가 보아도, 다리 하나 없는 자기를 규홍이만큼 너그럽고 무탈하게 대해 주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밤낮 방에서만 뒹굴며 아무리 오래 얻어먹고 지내도 규홍은 얼굴 한 번 찡그리는 일이 없었다. 방학이 되어 귀향한 뒤에도 잔류 부대를 위해서, 굶지 않을 정도의 자금은 어떻게 해서든 변통해서 부쳐 보내는 규홍이었다. (하략)
─ 손창섭, 「혈서」 중에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달수의 모습에서 한때 취업 준비생이었던 저와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 보여 가슴이 아팠어요. 달수가 느낀 절망감을 표현한 문장들이 절절히 공감되더라고요.  「혈서」에 나오는 네 명의 청년은 규홍의 부친이 보내주는 돈으로만 겨우 생활하는데요. 생산적인 경제 활동을 하지 않거나 사회에서 아무런 역할도 행하지 못하는 사람을 잉여인간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문득 이들을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의문이 들어요. 이들이 잉여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청년들을 소외시켜 잉여로 만드는 사회의 문제도 있다는 생각에서요. 
덧붙여 예전엔 달수와 규홍에게 시비를 걸고 빈정대는 준석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는데, 지금다시읽으니전쟁터에서다리를잃고아무것도하지못하는자신의처지에가장절망감과열등감을느끼는안타까운인물로보여요. 오늘레터로다시「혈서」를읽으며새로운작품을읽는같은경험을하고 갑니다. 

그쵸. 준석은 병역을 기피한다고 달수를 달달 볶고 있는데, “군속으로 일선을 편력하다가 한쪽 다리를 호개에게 먹힌 자기”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짐작돼요. 맹한 듯하면서도 끝까지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달수, 시는 잘 모르겠지만(준석의 평에 공감) 잔류 부대를 등지지 않는 규홍의 묘사에 이어서 창애가 등장하는 뒷부분을 모두 실을 수 없어서 아쉬운데요. 끝끝내 피바람이 몰아치고 마는 「혈서」의 결말까지 다들 읽어보시길 권해요. 집안일이든 직장일이든 옆사람들 돌보는 일이든, 일거리가 많거나 적거나 심지어 없거나 간에 고통받는 인간의 조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요. 

사회에서 뿌리뽑힌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상처를 그려내고 있는 손창섭의 작품집. 손창섭 소설의 현장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벼랑 끝이다. 전쟁 직후의 절박한 상황이 그것이다. 손창섭의 전후 사회 인식은 경제적인 궁핍과 사랑의 결핍이다. 그 결핍은 다시 정신적인 결핍과 육체적인 불구로 요약된다. 그의 소설은 전후 사회의 결핍 그 자체에 대한 한 폭의 음화다. 그나마 그것도 인화지에 잘 현상된 사진이 아니라, 아직은 병리적인 관찰과 희화화된 인물로 남겨진 한 폭의 네거티브 필름일 뿐이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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