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다윈이 말하는 고양이의 꾹꾹이

 

 

꾹꾹이는 무엇을 표현하는가?

$%name%$ 님, 한편을 같이 읽어요! 동물과 인간 이야기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진화론의 아버지찰스 다윈의 저서를 소개해 드립니다.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 출간된 지 1년 만인 1872, 다윈이 자신의 진화론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출간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인데요. 인간과 동물의 표정, 감정 표현 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삽화에다 사진까지 실려 있는데, 당시로는 이런 편집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고 하네요.
진화 원리에 대한 위대한 해설가인 스펜서 씨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표현에 대해 글을 쓴 저자들은 모두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탄생했다고 굳건히 믿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믿고 있기에 가령 벨 경은 우리의 안면 근육 중 상당수가 표정을 짓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라거나 혹은 오직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특별히 마련되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은 유인원 또한 우리와 동일한 안면 근육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갖추고 있는 이와 같은 근육이 오직 표정을 지을 때만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원숭이들이 섬뜩한 찡그린 표정을 짓기 위해서만 특별한 근육을 갖게 되었다고는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안면 근육들은 표정과 별개의 여러 다른 쓰임새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C. 벨 경이 인간과 동물의 간극을 최대한 벌리고자 했음은 명백하다. 이에 따라 그는 대체로 보았을 때 동물에게는 의지에 따른 행동이나 필수적 본능에 따른 행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표현도 없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이 얼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두려움과 격노인 듯하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간은 개처럼 뚜렷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몸짓을 통해 사랑과 복종을 표현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인간은 개처럼 사랑하는 주인을 만났을 때 귀를 납작하게 붙이고 입술을 늘어뜨리고 몸을 살랑대며 꼬리를 흔들어 대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뚜렷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개들의 이와 같은 동작을 의도 행위 혹은 필요한 본능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 이는 인간이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보여 주는 웃음 가득한 눈빛과 미소 띤 뺨의 모습이 이처럼 설명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이 별개의 생물이라고 파악할 경우, 표현의 원인들을 최대한 멀리까지 탐구해 보고자 하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욕구는 너무 쉽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 버리게 된다. 양자를 별개로 보는 입장은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런데 다른 모든 자연사 분야에서와 다를 바 없이, 이러한 입장은 표현에 대한 탐구에서도 유해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인간이 한때 훨씬 하등하고도 동물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했다고 믿지 않는 이상, 극단적으로 공포를 느낄 경우, 머리털이 곤두선다거나 격렬하게 분노를 느낄 경우, 치아를 드러내는 등의 일부 표현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간과 여러 종의 원숭이가 웃을 때 동일한 안면 근육을 움직이는 경우처럼, 같은 종이지만 서로 구분되는 종들에서 살펴볼 수 있는 어떤 표현들의 공통성은 그들이 공통 조상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믿어야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모든 동물의 구조와 습성이 점차적으로 진화되었다는 입장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표현이라는 전체 주제를 새롭고도 흥미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표정들이 세 가지 원리들을 통해 상당히 만족스럽게 설명되는 듯하다. 이에 따라 아마도 모든 표현들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원리에 포섭된다는 것이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나는 신체 어떤 부분의 움직임이나 변화, 가령 개가 꼬리를 살랑거리는 행동이나 말이 귀를 뒤로 젖히는 행동, 인간이 어깨를 으쓱거리는 행동, 혹은 모세 혈관의 팽창 등이 모두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원리: 유용한 연계 습관의 원리
어떤 마음 상태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행동들은 어떤 감각, 욕구 등을 해소하거나 충족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아무리 약하게 촉발된다고 하더라도, 특정 마음 상태가 촉발되는 경우에는 언제나 습관과 연합의 힘이 작용해 그 마음 상태와 연결된 동일한 동작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동작은 그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습관을 통해 어떤 마음 상태와 결합된 일부 행동들을 의지를 이용해 어느 정도 억누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의지가 개별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근육이 여전히 움직이려는 경향을 강하게 나타낸다.
2원리: 반대의 원리
1원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마음 상태는 유용한 습관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정반대의 마음 상태가 촉발될 경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아도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는 동작이 강력하고도 무의식적으로 수행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일부 경우에 이러한 동작들은 마음 상태를 매우 잘 표현한다.
3원리: 애초부터 의지에서 독립한, 그리고 일정 정도 습관에서 독립한
신경계 구성에 기인한 행동원리
감각 기관이 강하게 흥분을 할 경우, 과도하게 생성된 신경력이 신경 세포의 연결 방식에 따라, 그리고 부분적으로 습관에 따라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전달된다. 이와 같이 전달되지 않으면 우리가 예상하는 바와 같이 신경력의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 우리가 마음 상태의 표현으로 파악하는 결과인 행동이나 표정 등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세 번째 원리는 간략하게 신경계의 직접적인 작용에 관한 원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다윈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실린 ‘슬픔’ 도판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대소변을 흙으로 덮는다. 내 할아버지는 새끼 고양이가 난로에 쏟아진 소량의 물에 재를 뿌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이전의 행동이나 냄새 때문이 아니라, 눈으로 본 것 때문에 습관적 혹은 본능적 행동이 잘못 촉발된 경우다. 고양이들이 발을 적시기 싫어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도 이는 원래 그들이 이집트의 건조한 지역에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따라 고양이들은 발이 젖을 경우에 발을 거칠게 흔들어 댄다. 내 딸이 새끼 고양이의 머리 근처에서 물을 컵에 따른 적이 있다. 그러자 고양이는 곧장 평상시의 방식으로 다리를 흔들어 댔다. 이는 촉각 대신 연계된 소리(associated sound) 때문에 습관적인 동작이 잘못 촉발된 경우다.
 
새끼 고양이, 강아지, 새끼 돼지, 그리고 아마도 수많은 다른 어린 동물들은 두 앞발을 번갈아 가며 이용해 어미의 젖샘(유선)을 밀친다. 이는 더 많은 젖이 분비되거나 흐르게 하기 위함이다. 고양이들은 따뜻한 숄이나 다른 부드러운 것에 편안히 누워 있을 경우, 앞발을 번갈아 이용해 조용히 이를 탕탕 치는데, 이러한 모습은 어린 고양이들에게 매우 흔하고, 나이 든 평범한 종의 고양이와 페르시아 종(일부 박물학자들은 이들을 별종이라 생각한다.)의 고양이에게서도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할 때 고양이들은 발가락을 활짝 펴고 발톱을 살짝 드러내는데, 이는 어미의 젖을 빨 때의 바로 그 모습이다. 흔히 고양이들은 그와 같은 동작을 취하면서 숄을 입으로 가져가 빨며, 일반적으로 눈을 감고 기분이 좋아져서 가르랑거리는데, 우리는 이를 통해 이것이 동일한 목적의 동작임을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흥미로운 동작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표면에 대한 감각과 연결되는 경우에만 촉발된다. 그럼에도 나이 든 고양이가 등을 긁어 줘서 기분이 좋아지자 동일한 방식으로 허공을 향해 두 발로 치는 동작을 나타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결국 이와 같은 행동은 거의 즐거운 느낌을 드러내는 표현이 되었다
 

어떤 개가 모르는 사람에게 화가 나거나 적의를 가지고 접근할 때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매우 경직되게 걷는다. 이 상황에서 개는 머리를 약간 들어 올리거나 크게 수그리지 않는다. 경직된 꼬리는 빳빳하게 서 있고, , 특히 목과 등의 털이 곤두선다. 세워진 귀는 앞을 향해 있으며, 눈은 상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지금부터 설명할 것이지만, 이는 적을 공격하려는 개의 의도에 이어지는 동작들이며, 이에 따라 상당 부분 그 행동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개가 적을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달려들 태세를 갖출 경우, 송곳니를 드러내며 귀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고 머리에 바짝 붙인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이와 같은 행동이 아니다.
그런데 개가 다가서려는 대상이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임을 갑자기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개의 태도가 얼마나 완벽하고도 즉각적으로 바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걷는 대신 몸을 밑으로 떨구거나 심지어 웅크리기도 하며, 굽이치는 동작을 보여 준다. 개는 꼬리를 경직되게 빳빳하게 들어 올리는 대신, 아래로 내리고 살랑살랑 흔들어 댄다. 털은 곧바로 부드러워지며, 귀를 낮추고 뒤쪽까지 향하게 하기는 하지만 머리에 붙을 정도로 낮추진 않는다. 입술은 축 처진다. 이때 개는 귀를 뒤로 젖힘으로써 눈꺼풀이 뒤로 길게 늘어지는데, 이 때문에 눈은 더 이상 동그랗고 응시하는 모습이 아니다. 개가 이런 모습을 보일 경우에 기쁨에 들떠 있는 것인데, 이 경우에 신경력이 과도하게 산출되고 이것이 자연스레 일정 유형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방금 언급한 동작들은 애정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들인데, 이는 개에게 전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이 동작들은 개들이 어떤 납득이 가는 이유로 싸우려 할 때 확인되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파악되는 태도나 움직임과 완전히 상반되거나 반대되는 동작이라 해야만 설명이 가능하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동물들은 일반적으로 몸을 심하게 뒤틀며 몸부림친다. 그리고 평상시에 소리를 내는 동물들은 날카롭게 소리치거나 신음 소리를 낸다. 이때 거의 모든 신체 근육이 강하게 움직인다. 인간의 경우에는 입을 꽉 다물며, 더욱 흔하게는 이를 악물거나 가는데, 이때 입술이 뒤로 당겨진다. 지옥에서 분노에 이를 간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창자에 난 염증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소가 어금니 가는 소리를 뚜렷하게 들은 일이 있다. 동물원의 암컷 하마는 새끼를 낳으면서 격심한 고통을 느꼈는데, 이때 하마는 입을 크게 벌렸다 닫았다 하며, 이빨을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걸어 다니거나 몸을 굴렸다. 고통을 느낄 때 인간은 두려움에 놀랐을 경우처럼 사납게 응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잔뜩 찡그리기도 한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며 땀이 얼굴을 타고 뚝뚝 떨어진다. 혈액 순환과 호흡 또한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콧구멍이 팽창하며 흔히 떨린다. 또한 숨을 멈춤으로써 혈액이 고여 얼굴이 자줏빛으로 변한다. 즉 실신을 하거나 발작을 일으키면서 완전하게 탈진하게 되는 것이다.
민감성 신경은 자극을 받게 되면 신경 세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 신경 세포로부터 영향력의 전달이 시작된다. 이 신경 세포는 그 영향력을 먼저 상응하는 신체 반대편의 신경 세포에 전달하고, 이어서 흥분의 세기에 맞춰, 크고 작은 방식으로 그 영향력을 뇌척수 기둥을 따라 다른 위아래로 다른 신경 세포에 전달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최종적으로 전체 신경계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비자발적인 신경력 전달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호흡 및 순환 기관의 구조가 오늘날과 단지 조금만 달랐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짓는 대부분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예를 들어 머리로 향하는 동맥과 정맥의 경로가 아주 조금만 변했어도 심하게 숨을 내쉬는 동안 피가 우리 안구에 축적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피가 안구에 축적되는 경우를 살펴볼 수 있는 네발 동물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우리에게서 살펴볼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인 이루는 표정을 나타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인간이 입이나 코를 통해 호흡하지 않고 몸 바깥에 달린 아가미의 도움을 받아 물에서 호흡했다면(이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의 얼굴은 감정을 현재 그의 팔다리보다 능률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격노와 혐오는 현재와 다를 바 없이 입술이나 입 주변의 움직임을 통해 나타났을 것이고, 눈은 혈액 순환 상태에 따라 한층 밝아지거나 흐릿해졌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도 귀를 움직일 수 있었다면 귀의 움직임은 이빨을 가지고 싸우는 모든 동물의 경우처럼 뚜렷하게 속마음을 표현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먼 조상들도 이와 같이 싸웠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도 우리가 누군가를 경멸하거나 무시할 때 한쪽 송곳니를 노출하며, 격노했을 때는 치아를 모두 노출하기 때문이다.
얼굴이나 신체의 표현 동작은 그 기원이 어떻게 되었건 그 자체가 우리의 복리에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동작은 모자 간의 의사 소통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어머니는 승인의 미소를 짓고, 그렇게 함으로써 올바른 길로 자식을 인도하며, 승인하지 않을 때는 얼굴을 찡그린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쉽사리 그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고통은 경감되고 기쁨은 증가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호감이 강화된다. 표현 동작은 우리의 언어에 생생함과 힘을 제공한다. 이러한 동작은 거짓될 수 있는 언어에 비해 훨씬 진실되게 생각이나 의도를 드러낸다. 이른바 관상술이 얼마만큼의 진리를 포함하고 있건, 할러가 오래전에 주장한 바와 같이, 이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여러 얼굴 근육을 자주 사용한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사람들의 특정 얼굴 근육들은 아마도 이처럼 자주 사용함으로써 한층 발달하게 되었을 것이고, 특정 얼굴 윤곽이나 주름은 습관적으로 수축되면서 한층 깊고 두드러지게 되었을 것이다.
외적인 표시를 통해 어떤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경우, 그러한 감정은 한층 강화된다. 반대로 모든 외적인 표시를 가능한 한 억제할 경우에(이것이 만약 가능하다면) 우리의 감정은 누그러진다. 난폭한 몸짓에 몸을 맡기는 사람은 그 격노가 증가할 것이고, 공포가 표시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훨씬 큰 공포를 경험할 것이며, 슬픔에 휩싸여 활기를 잃은 사람은 마음의 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편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감정과 이를 표현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한 상관 관계로 인해, 다른 한편으로는 진력을 다한 것이 심장에 영향을 주고, 이에 따라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줌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심지어 어떤 감정을 모의해 보기만 해도 그러한 감정이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마음에 대해 놀라운 지식을 갖추고 있는 훌륭한 판관인 셰익스피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 배우가
오직 허구 속에서, 상상의 격정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자신이 상상한 일과 일치시킬 수 있고
거기에 감동되어 그의 얼굴 전체가 창백해지고
그의 상상에 맞추어 눈물이 눈에서 흐르고,
미칠 듯한 표정이 낯빛에 나타나며, 목소리가 끊어지고,
몸의 모든 기관들이 여러 모습을 하고 있으니,
그것도 이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햄릿22
지금까지 우리는 표현 이론에 대한 연구가 인간이 어떤 동물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결론을 어느 정도 확증하고, 다수의 인종들이 종 또는 아종 수준에서 하나라는 믿음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나의 판단에 따르자면 이러한 확증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우리는 표현 그 자체, 혹은 감정 표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것들이 인류의 안녕에 분명 중요하다는 점도 살펴보았다. 가축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주변 사람들이 얼굴에서 흔히 살펴볼 수 있는 여러 표정의 원천 혹은 기원을 가능한 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앞에서 살펴본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주제의 근본 원리들(다수의 훌륭한 관찰자들이 이미 관심을 가져 왔다.)이 적절히 조명되었으며, 특히 유능한 생리학자들이 앞으로 이 주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 찰스 다윈, 김성한 옮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서
 
 
 

인간과 동물의 표정과 몸짓 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다윈.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이 인간의 감정을 동물도 갖는다고 전제하는 의인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고 해요. 물론 동물과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동물들의 표현을 관찰하고 그 감정을 고양이의 기쁨, 개의 슬픔, 동물들의 고통이라고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 보는 것은 인간인 우리가 다른 동물을 이해하는 첫 단계란 생각도 들고요. 
고양이의 습관적 행동 부분을 읽다가 떠오른 재미난 이야기. 제 친구와 함께 사는 아기고양이 ‘루미’는 친구가 밥을 먹을 때마다 메뉴를 검사(?)하는데, 검사 후에는 꼭 발로 그걸 덮는 시늉을 한다고 해요. 인간 밥=고양이 (  )?

인간 밥=고양이 !? 다윈의 이 책은 1872년 출간한 지 4개월 만에 9000부가 팔린 당대의 베스트셀러라는데, 그때 사람들도 책 속 일화에 공감하며 놀라며 재밌어했을 것 같아요. 진화론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사진과 일러스트를 동원한 다윈의 노력 앞에 편집자로서 겸허해지고…….

인간 존재의 뿌리가 동물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입증한 다윈 이래로 수많은 연구가 있었죠. ‘반려견의 몸짓 언어’를 다룬 투리드 루가스의 고전 『카밍 시그널』은 개가 얼마나 분쟁 해결과 부드러운 사회생활에 탁월한지를 보여 주는데요. 상대방을 안정시키고 싸움을 예방하는 개의 몸짓 언어 ‘카밍 시그널’을 모르는 사람들이 곧 훈육을 빌미로 강압적으로 굴고, 폭력을 사용한다는 걸 강형욱 훈련사가 추천의 글에서 짚고 있었어요. 잘못된 앎이 초래한 악을 생각하면 아찔하니, 그런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배우고 때때로 익혀야 하는 거죠. 

“인간과 동물의 뿌리가 하나임을 입증해 우리 모두를 다윈주의자로 만들어 준, 가장 사랑스러운 책.” ─ 최재천(이화여대 석좌 교수)
다윈은 언젠가 심리학과 사회학은 생물학의 한 분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현재 진화론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놓고 있다. 사회 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은 그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기원이 된 책은 무엇일까? 바로 진화 3부작의 마지막 책이기도 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이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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