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세네카: “어머니,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한편을 같이 읽어요! 여섯 번째 《한편》의 편지는 고대 로마에서 온 실제 편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979년 전인 기원후 41,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로마에서 코르시카로 추방당했습니다. 본인의 마음이 가장 어지러울 때에, 그는 슬퍼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위로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세네카에 따르면, 행운이 있다면 불운도 있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며, 이는 시대와 세대, 성별과 계급을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합니다그렇다면 사람으로 태어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랑하는 어머니께.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위로하려는 충동을 자주 느꼈지만 그만큼 자주
참았답니다. 당신의 고통이 아직 살아 있어 사나운 상황에서 오히려 위로가 고통을 더 자극하고 불타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니까요
 
사실 다른 병도 그렇지만 때가 되지 않았는데 처방하는 약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고통의 기운이 약해지고 시간이 흘러 치료를 받아들일 만큼 시간이 지나,
고통이 가라앉아 처치를 해도 되는 시기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위로하고자
하는 것은, 저의 재주를 믿어서가 아니라 제가 직접 위로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위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먼저 어머니의 고통에 다가가 무엇으로 인해 고통이 생기는지 밝히려 합니다.
덮여 있는 것을 전부 헤집어 드러내려고요. 끊이지 않는 불행이 가진 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 불행이 늘 괴롭히는 사람들을 강인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태어나면서 친모를 잃으셨지만, 타고난 덕으로 계모가 진짜
어머니처럼 되게 하셨지요.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안 되어 세 아들의 아버지인 남편을 잃으셨고, 최근에는 손자 셋의 뼈를 품에 안으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자인
제 아들의 장례를 치른 지 20일도 되기 전에 저마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으셨지요.
 
신병들은 가벼운 부상만 입어도 비명을 지르고 적의 칼보다 의사의 손을 두려워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고참병들은 깊은 상처를 입어도 남의 몸인 양 신음도 내지 않고 치료에 몸을 맡기듯, 어머니도 그처럼 용기 내어 치료에 몸을 맡기셔야 합니다. 아직도
불행이 어떤 것인지 배우지 못하셨다면 지난 시간 그 많은 불행들을 그저 길바닥에 버린 셈입니다.

이제 어머니의 모정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할게요. 제게 아무런
고난도 없다는 것을요. 저는 전혀 불행하지 않아요. 더 안심하시도록
보탤게요. 저는 불행할 가능성조차 없답니다.
 
우리는 좋은 상황에서 태어났습니다. 굳이 스스로 버리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자연은 사람이 잘 살기 위해 그다지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게 해 주었어요. 각자가 모두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바깥으로부터 온 것들의 가치는 대단치 않으며, 좋든
나쁘든 어느 쪽으로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현자는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자기 안에 두고
스스로에게서 기쁨을 얻으려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제가 저 스스로를 현자라 말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다만 저 현자들은 저에게 이렇게 명했습니다

보초를 서는 것처럼 굳건히 서서 운명의 모든 시도와 공격을 그것들이
덮치기 전부터 미리 예측하고 있으라.”
 
불의의 습격을 당하는 자들에게 운명은 무거운 것이지만, 늘 기다리는
자는 쉽게 견디는 법입니다. 운명이 지금까지 저에게 자비롭게 베푼 모든 것들, 금전과 공직, 권력 같은 것들, 운명은
그것들을 빼앗은 것이 아니라 그저 가져갔을 뿐입니다.
 

불운은 행운에 속는 사람에게만 해를 끼치는 법입니다. 행복한
일들로 우쭐하지 않는 사람은 운명이 태도를 바꾸어도 위축되지 않습니다. 또한 지금 사람들이 고난이라
부르는 것 가운데 사실 사람들이 멋대로 두려워할 정도로 무섭거나 가혹한 것은 없습니다.    

저는 사태가 제 능력을 벗어났으며 어떤 감정도 우리 뜻대로 되지 않고, 특히
고통에서 생겨나는 것은 더욱 그러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 감정은 사납고, 모든 치료법을 거부하며 완강합니다
 
때로 우리는 그 감정을 억누르고
울음을 삼키려 하지요. 하지만 꾸며 낸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연극이나 검투사 경기에 온 정신을 빼앗기지요. 하지만 근심을 털어 버리려
그 구경거리를 보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그리움이 생겨나면 마음이 무너집니다. 여행으로 기분 전환을 하거나, 장부를 정리하고 유산을 관리하는 일에 시간을 쏟거나,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만드는 등의 처방 역시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러니 감정을 속이는 것보다 극복하는 편이 낫습니다. 감정은 놀이나
분주함으로 속이고 덮어도 다시 일어나며, 조용히 쉬는 가운데 다시 미쳐 날뛸 힘을 모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감정이든 이성에 굴복하면 영원히 진정됩니다

저는 고통을 속이기보다 끝내는 쪽을 택하겠어요. 따라서 저는 어머니를
자유인에 어울리는 학문 쪽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운명으로부터 도망친 사람들 모두에게 피난처가 되어 주는
곳이지요. 그 학문이 어머니의 상처를 치유하고 모든 슬픔을 몰아낼 거예요. 혹시 학문에 익숙하지 않아도 이제는 사용하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선조들의 관습에 따라 어머니께서
학문을 깊이 공부하는 것은 막으셨지요. 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배운 시간에 비해 많은 지식을 갖추고 계십니다. 이제 어머니를 지켜 줄 그 학문으로 눈을 돌리세요. 그 학문이 어머니를
안전하게 해 줄 것이고, 위로해 줄 것이며, 즐겁게 해 줄
거예요

 
학문이 진정으로 어머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면 슬픔과 근심,
혼란스러운 시름의 고통이 침입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어머니의 마음은 그런 감정에는 열리지
않을 거예요. 이 학문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보호막이며, 유일하게
어머니를 운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가 걱정되시겠지요? 제가 실제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려 드릴게요저는
모든 일이 가장 좋을 때처럼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 땅과 바다의 위치와 상태를 공부하고, 조수의 간만을 연구하고, 천둥과 번개, 휘몰아치는 바람, 비와
, 우박을 관찰합니다. 낮은 곳을 모두
살펴보고 나면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 신성한 것들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광경을 즐깁니다
. 영혼의 영원함을
기억하면서 모든 과거와 미래 안에서 모든 시대를 통해 나아갑니다
.
다정하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세네카의 위로가 어떠셨나요? 
 
세네카의 「어머니 헬비아에게 보내는 위로」로 불리는 이 편지는 그의 스토아 철학이 일상의 차원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어머니라는 매우 친밀한 관계를 대상으로 하여 쓰인 특별하고 개인적인 경우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상처 회복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아들을 잃은 친구(「마르키아에게 보내는 위로」)와 동생을 잃은 친구(「폴뤼비우스에게 보내는 위로」)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세네카의 위안 문학의 정수를 모은 세 편의 편지를 담은 『위로하는 철학자』는 올해 여름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