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강연 라인업, 삶이 속삭이는 놀라운 이야기
2013년 민음 북클럽 ‘민음 아카데미’ 2학기 연속 강연
《마음의 공동체: 나, 너, 우리를 위한 시간》
제1강. 김두식 교수님과 함께한 ‘욕망에게 말 걸기’ 강연 후기
지난 10월 10일(목) 민음사 사옥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는
2013 민음 아카데미 2학기 첫 번째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바로, 『욕망해도 괜찮아』, 『불편해도 괜찮아』, 『헌법의 풍경』 등 법학 교양서부터
이 사회의 근저한 욕망을 예리한 직관으로 간파해내는 저서를 집필하신
김두식 교수님과 함께 ‘욕망에게 말 걸기’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내내 유쾌하게 진행됐던 그 현장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나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책이나 강연을 통해 찾아오는 구루Guru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책과 강연 등을 통해 꾸준히 욕망을 내려 놓으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세상에 또 책이나 강연 만큼 욕망에 불타는 작업이 있을까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책은 자기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쓰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요.
교수님께서도 본인이 책을 집필하는 일의 가장 근저한 욕망은, ‘유명해지고 싶어서’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욕망으로 책을 쓴 사람들이 다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게 굉장히 재미있더라고요.
강연도 초인적인 에너지가 필요한 것인데, 그 에너지는 사실,
다른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욕망이라고 합니다. 그 욕망의 정도가 큰 것일 뿐.
교수님께서도 트위터를 시작한지 3~4년 정도가 지났는데,
그 안에서도 어쩔 수 없는 강렬한 인정욕구를 보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 인정 받고 싶은 마음, 위인이 되고 싶은 마음,
종교적 구루들의 마음, 모두까기의 마음 등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이 두 가지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트위터를 왜 하느냐 하면, 바로 결핍이 있기 때문이라고요.
세상 어딘가엔 나를 이해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근본적으로 한국사회는 서로를 결코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에
SNS 세계 안에서도 그 어떠한 결핍의 충족도 없을 것이라 단언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아무도 인정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사회적으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교수님의 저서 『욕망해도 괜찮아』에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바로 ‘르네 지라르’에 대한 이야기로, 그는 욕망에서 시작된 갈등과 폭력,
그리고 그것이 극대화되었을 때 벌어지게 되는 희생양 제사(제의), 갈등의 해소, 평화,
희생양에 대한 신성화의 과정이, 한 사회가 가진 희생양 매커니즘이라는 것을 설명한 작가입니다.
실제로, 우리 마음의 욕망은 객관적으로 실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개는 남의 욕망을 베낀다는 것이지요. 아는 지인의 딸이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갑자기 수학공부를 하겠다고 하는 그 내면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99.9%의 확신으로 주변의 어떤 친구가 수학 공부를 한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요.
우리들의 욕망은 대개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는 100%가 서울대를 가겠다는, 같은 욕망을 가진 채 삽니다.
동일한 욕망을 가졌지만 그 욕망의 성취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원래 안 되는 구조가 존재하므로,
이 과정에서 갈등과 나아가 폭력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바로 이 폭력의 전염성. 악마와 싸우던 사람이 악마가 되고,
희생당했던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재미있는 구조가 실재하게 된다고요.
즉, 우리가 싸우는 것은 바로 ‘우리’가 된다고.
한국 사회는 욕망이 굉장히 불건전하게 작동하는 사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욕망을 건전하게 전환한 것인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답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마나 건강한 욕망이 있다면 자기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라는 겁니다.
사랑과 인정의 욕구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 이것은 하고 싶은 것을 다하고 살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직시해보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포장하느라, 대부분 자신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게 되므로.
일단 욕망을 알았다면, 그 두 번째는 자기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라고 말합니다.
SNS에서 엄청나게 많은 얘기를 쏟아내며 나를 드러내고 있지만,
진정 나만의 목소리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죠.
진짜 나만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것, 즉 남의 얘기를 전달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정말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 나만의 가치관, 목표, 나만이 하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한 번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SNS가 점점더 그런 기능을 하는데, 요즘은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내가 믿고 좋아하는 사람이
그 특정 사건에 대해 어떻게 얘기하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 그 사람과 유사한 나의 입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하죠.
이렇듯 사람들은 점점더 자기 목소리를 내고 그것에 대해 비판받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릅니다. 이 살벌한 사회에서 누구도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워지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의 목소리를 찾는 방법으로 교수님께서는, 5년 후에 암진단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다고 합니다.
자기자신을 어떻게 아느냐, 심리 검사나 내 마음 보고서 같은 걸 해보는 것도 좋다는 거죠.
사주팔자나 정신분석, 상담 같은 것들이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자기를 알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답니다. 자기를 알고 미래를 준비하면 된다고요.
그리고 이처럼 욕망과 두려움에서 탈피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 명 이내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내 편이 될리도 없고 될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명절 때 보는 친척들, 끝없이 물어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왜 내 인생의 주도권을 쥐어 주어야 하는가를 따져보라고요.
왜 그런 사람들을 염두하고 평가에 신경 쓰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물어보면,
내가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다섯 명 이상을 넘을 필요도, 가질 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세계를 어느정도 인정해 주는 미덕도 필요하겠고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이어서 전해주신 배우 ‘틸다 스윈튼’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더랬습니다.
틸다 스윈튼은 국내의 한 케이블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자기 자신을 보살필 수 있다고 느끼고, 자신을 문 밖에 놓아둘 필요가 없다고 느낄 때다.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성공한 거다.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거나 자신에 대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고,
마음이 열려있고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한다.”
즉, 자신을 가리지 않고 진정한 자기 자신일 때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자신만의 어떤 존재가 됐을 때, 자신을 포장하거나 덮을 필요가 없을 때,
다른 누군가로 가면을 쓸 필요가 없을 때, 바로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요.
단언컨데, 이날 교수님 강연 전체의 맥락을 관통하는 틸다 스윈튼만의 멋진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모방 욕방에서 비롯하는 우리의 다양한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교수님 자신의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풀어내며 유용한 팁까지 전해주신 알찬 강의였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윤대현 교수님과 함께 “뇌 피로 사회, 감성 에너지를 충전하자”를 주제로
민음 아카데미 제2강의 강좌를 이어 듣습니다.
민음 아카데미 강연은 각각 회차 별로 신청이 가능하며, 북클럽 회원은 50% 할인가로 수강 신청이 가능합니다.
개별적으로 두 강 이상을 선택하시면 강의 연관 도서도 선물로 드린다는 것, 다 알고 계시죠! 🙂
그럼, 다음 주에 또 새로운 후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